가까스로 문여는 청문회
가까스로 문여는 청문회
  • 김윤재
  • 승인 2006.04.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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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 넘긴 인사청문회, 난타전 예고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표류해온 한명숙 총리지명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가까스로 결정났다. 인사청문회 법정시한을 사흘 앞둔, 여야 원내대표는11일 협상테이블에 앉아 막판 줄다리기 끝에 적절히 `주고 받는' 형식으로 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나라당이 한명숙 총리 지명자의 "당적정리를 촉구하는 선"으로 일보 후퇴한 것이 합의의 물꼬를 튼 결정적 원인이었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당이 수용하기 힘든 당적정리를 이유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데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표'가 이탈하는 등의 역풍을 우려한 속내도 읽혀지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추정이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으로서 마냥 총리 청문회를 늦추기 어렵고, 그렇다고 야당의 동의절차 없이 총리임명을 강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막판에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했다는게 전언이다. 특히 양당의 이날 합의내용중 `쟁점법안들을 회기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총리 인사청문회 날짜 보다 더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 원내관계자들은 회기내 처리를 원칙으로 하는 쟁점법안에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이 포함됐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여야가 막판에 극적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이번 청문회 개최는 인사청문회법을 어긴 `편법' 청문회라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인사청문회법은 총리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뒤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입법의 주체인 국회가 여야간의 정치적 이해대립 속에서 스스로 법을 어긴 꼴이 됐다. 돌파구가 힘겹게 열렸지만 향후 청문회의 기상도는 우리당 당직자의 예기처럼 "황사 낀 날씨"처럼 온통 뿌옇다. 그만큼 5.31 지방선거전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이번 청문회를 놓고 양당의 속내가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투쟁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고, 이에 우리당은 "순순히 당할 수 없다"며 전력투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여야는 청문회 준비에 사활을 건 듯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를 상대로 `사상검증'을 시도하면서 도덕성과 자질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계획 아래 정보 수집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사상검증 시도를 "유신.독재시대를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역공을 펴면서 `한명숙 감싸기'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한 지명자에 대한 사상.이념 공세가 오히려 `한명숙 효과'를 제고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를 최대한 조용히 치러내자"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되고 있어 생각보다 싱거운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난타전'이라는 관측과 '싱거운' 청문회라는 예상속에 진행되는 이번 인사청문회는 합의는 됐지만 법을 집행하는 국회가 법을 어겼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국민들의 기억에 나쁘게 인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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