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분기 1조원대의 영업손실로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표를 받아든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는 무려 2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차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올해 3분기에 매출 12조 4040억원, 영업손실 1조 934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영업손실 액수는 1조 1037억원의 영업손실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지난 2분기의 기록을 연이어 경신한 것이다. 이로써 올해 현대중공업의 누적 적자는 3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증권가와 조선업계에 충격을 안긴 만큼 1972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컨퍼런스콜까지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8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올해 1분기 18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분기와 3분기를 거치며 영업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날 발표된 3분기 실적은 소폭 흑자 또는 1천억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던 증권가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것이라 시장은 충격을 넘어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
이처럼 큰 손실이 발생한 것은 조선 분야와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 지연에 따라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부문에서는 반잠수식시추선,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과 난도 높은 사양의 선박에 대한 작업 일수 증가로 공사손실충당금 4642억원을 포함해 1조 145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플랜트 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공사손실충당금 5922억원을 비롯해 779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해양 부문에서는 발주처와 계약변경(change order)을 통해 가격을 3억 1천만달러 증액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매출은 1조 2041억원으로 기록됐고 2분기에 비해 3537억원이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03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3740억원과 비해 손실폭은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새로운 경영진 취임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이날 4분기에는 약50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의 임금 및 단체협상도 장기화되고 있어 파업에 대한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측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수 년간 임금인상이 없었다며 임금을 올려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지난 22일 조합원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킨 바 있어 지속되고 있는 교섭에서 소득이 없을 경우 20년만에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4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와 철강업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갈 경우 하루에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