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이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에 맡겨둔 단기금융자산이 26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단기금융자산은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257조8000억원을 기록, 2011년에 비해 15.9%(35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금융자산에서 단기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7.5%에서 69.7%로 2.2%포인트 늘어났다.
이번 조사는 대기업 3206개, 중소기업 12,708개를 비롯한 비금융법인 15,914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단기금융자산은 만기 1년 미만의 예금이나 적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회계상 현금으로 분류되는 자산을 모두 포함해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업들이 만기 3년 이상의 국공채를 보유하더라도 이를 만기 때까지 보유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즉시 매각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단기 금융자산은 이번에 공개된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자산은 특히 영업이익 상위 30대 기업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대 기업의 경우 전체 금융자산에서 단기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3.9%에서 80.3%로 증가했다. 이는 조사대상 기업 평균치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일수록 단기로 운용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단기금융자산이 이처럼 꾸준히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유보금이 늘어나도 설비투자 등으로 활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해, 지난 2012년에 비해 대기업 설비투자는 3.9%, 중소기업 설비투자는 14.1%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설비투자는 지난 1분기 1.9% 감소한 후 2분기에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3분기에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금융자산이 증가한 것은 (투자감소 등으로)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결과”라며 “단기수신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만기불일치 위험 등으로 은행 자금운용에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만기불일치 위험, 기업예금 인출 관련 불확실성 등의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예금은 대부분 거액이라 예금을 인출하면 가계예금에 비해 은행의 자금운용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