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경지로 탄생하는 한국인의 혼
신의 경지로 탄생하는 한국인의 혼
  • 남지연
  • 승인 2006.04.1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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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그 경계를 넘나드는 국보급 예술가 손인숙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 시대가 아무리 사람과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한 변화의 시대라고 하여도 우리가 잊고 살아서는 안 될 귀중한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는데 특히 여성문화의 진수이며 전통예술의 결정체인 우리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일거에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자수 작품 속에서 그것의 원형과 본질 회복뿐만 아니라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자수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 손인숙··· 그의 작품은 더 이상 작품이 아니다. ♣ 바늘은 붓을 삼고 실은 색을 삼아 자수가 손인숙은 부산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 미술대학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경영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1986년 첫 개인전 이후로 10회의 개인전, 국내외 초대전 60여회를 통해 자수를 보여 왔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가는 자수의 기본과 전통을 전통 자수 보급에 애착을 가졌던 어머니에게서 배웠으며 무엇보다도 한땀 한땀 자수의 정직과 참마음의 태도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가르침,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부친의 이른 타계로 빠듯했던 생활에도 불구, 다섯 남매를 모두 대학원까지 가르쳤던 어머니의 남달랐던 열정이 지금의 손인숙을 있게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화여대시절 자수의 전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현대자수를 배운 손인숙은 이 시기에 자수가로서의 미래를 꿈꾸며 자수예술의 매력에 사로잡혀 실타래 하나 작은 바늘 하나에 매달려 젊은 날을 바쳤다. 일생을 걸고 흰 천위에 바늘은 붓을 삼고 실은 색을 삼아 환희의 자수를 펼칠 결심을 한 것이다. ♣ 나의 인생의 환희 “우리 조상들의 세련된 미의식을 다양한 형태와 높은 품격, 세련된 기법으로 수놓은 것이 나의 인생의 환희입니다.”라는 작가의 40년 자수생활은 우리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을 재창조 한 것이다. 즉, 전통 자수 속에서 전통의 원형 및, 본질의 회복과 재해석을 그리고 현대자수에서는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무한자유의 세계를 표현하여 인간의 만남과 사랑, 끝없는 삶의 대화, 그리고 인간과 신의의 환상적인 기법으로 수놓았다. 무엇보다도 자수영역을 그 형태와 다양한 재료로 새롭게 재구성하여 손인숙만의 독창성으로 자수미학을 승화시켰다. 작가는 때로는 고려청자 천년의 비색을 빗는 도공과도 같이, 때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은 고통과 열정을 작품에 쏟아 부어 전통소재부터 현존하는 모든 것들이 전통자수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서 예술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 전통과 현대의 조화 영원한 미학 전통자수는 여성에 의한 여성만을 위한 미를 창조하는 전통예술의 한 장르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형식과 대상은 정형화되어 왔으며 이를 깨뜨리는 작업을 손인숙 작가는 끊임없이 시도하려 한 것이다. 기능위주의 전승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우리 전통예술을 재창조, 세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손인숙은 전통적 구성 방식인 형식과 소재에 얽매이지 않으며 동시에 우리 전통의 원형 및 본질 회복과 재해석, 그리고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무한자유세계를 표현한다. ♣ 최고가 아니면 하지 말자 특히 목조형 작품들은 시간과 경제를 투자하면서 아이디어와 열정, 고통을 작품에 쏟아내고 있다. 장중한과 섬세함을 나타내는 목 조형은 간결한 선, 명확한 면, 그리고 목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 목리의 미로서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이다. 손인숙은 조선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목공예 기법과 형태를 근거로 하되, 거기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현대적 감각과 기법을 사용한다. 자수가 들어간 액자틀 등의 새로운 시도들은 현 시대에 맞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이는 우리나라 자수의 현대화를 꿈꾸는 작가의 사고이며 자수영역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가는 목조형을 통해 전통의 재현과 그것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목 조형 작업은 “백골, 조각, 옻칠, 장식 분야의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이 하나로 결집된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하면서 국보를 만드는 것처럼 장인들에게 늘 정결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 최고가 아니면 하지 말자”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 구상과 추상의 미학 손인숙의 보자기는 한땀 한땀 수를 놓음으로써 신에 대한 정성된 마음을 나무와 꽃문양, 나아가 학, 봉황, 공작 등의 길조와 나비, 풀벌레 등으로 전통 보자기에서 볼 수 있는 소재와 색채를 통해 보자기 조형예술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보자기 네 귀퉁이 끈의 독특한 매듭은 손인숙만의 독창적인 세계로, 전통부터 현대까지의 수보자기로 구상미와 추상미를 동시에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신구는 여성의 감추어진 내면을 담아 양각과 음각으로 새겨 현대인의 감각에 맞춰 독창적으로 창조했다. 장신구에서 작가의 조형감각이 더욱 빛나는데 즉 우리의 전통 장식들을 화려한 자수와 매듭으로 현대적인 미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 인간의 한계를 넘은 신의 경지 40년간의 전통을 통한 현대적인 자수를 재창조한 작가는 50대 이후에 자연을 주제로 현대 자수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통이건 현대이건 어느 하나에만 천착하지 않는다는 작가는 현존에 있는 것은 그대로 표현하고 소재 면에서는 전승을 기법 면에서는 현대적으로 밑그림 없이 천위에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 품은 환상적이고 인간의 한계를 넘은 신의 경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고통을 이기는 사람이 예술가 “예술은 고통이다. 고통을 이기는 사람이 예술가이다.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과 참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작가에게서 한땀 한땀의 고통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정직하고 진실한 자수 애호가들에게 무한한 기쁨과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바라는 작가가 작품 전시를 꺼려하던 마음을 잠시 접고 이제는 그 삶의 실타래를 예원박물관, 효창박물관, 청곡박물관을 통해 전시하고 있다.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생각이 올바른 사람이라면 나의 박물관에서 작품을 보면서 자고 가도 된다.”는 배려까지 한 작가의 마음씀씀이에서, 그리고 “작품하는 내내 내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일의 제자이자 혈연관계인 동생들의 도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든든한 두 딸이 정신적인 지주였으며 협력자였다”는 손인숙의 말에서 자수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진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젊은 날부터 자수에 몰두하는 매순간은 예술의 영원성과 연결되어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는 듯했다는 자수가 손인숙의 열정이 우리나라 자수예술의 미를 한 단계 높이고 세계인이 모두 함께 느끼고 좋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 시킬 것이라는 그의 약속을 대변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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