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공모 ‘대박’…삼성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삼성SDS 공모 ‘대박’…삼성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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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34대 1, 증거금만도 15조 넘어 ‘역대 2위’

 

 

▲ 삼성SDS가 14일 상장을 앞두고 5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공모에 15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려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삼성SDS가 오는 14일 상장을 앞두고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그간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삼성의 순환출자구조가 본격적으로 개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 상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어 여러모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5일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삼성SDS가 개시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6일 최종 집계된 청약 경쟁률은 134대 1로 지난달 29~30일에 기관투자가들이 예측한 651대 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10년 삼성생명 공모의 40대 1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한 첫날인 5일에는 20.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공모 마지막 날 오후쯤에 청약이 몰리기 때문에 첫날은 10대 1을 넘기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임에 비하면 이 같은 경쟁률은 삼성SDS 상장에 쏠린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모 청약시 거액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하루치라도 지불해야 하는 이자를 줄이기 위해 공모청약 마지막 날 최대한 늦은 시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공모주 609만 9604주의 20%인 121만주 9921주이다. 앞서 지난달 말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결과 삼성SDS의 공모가는 19만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SDS 공모 규모는 1조1590억원에 달하고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생명 등에 이어 국내 기업공개 사상 세 번째 규모의 상장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삼성SDS의 주가는 37만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에 상장이 완료되면 주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공모주 청약에 당첨될 경우 두 배 가량의 차익을 챙기게 된다.

◆다시 피어나는 ‘삼성 지주사’說…왜?
삼성SDS의 상장이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로는 두 배 가까운 차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꼽히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상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복잡한 순환출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대주주나 오너가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를 동원해서 자기 경영을 방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에서도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그간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자 법적으로 금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여러번 나왔지만 그 때마다 재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드디어 지난 7월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의 순환출자구조는 인정하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이 시행됐고 기존순환출자의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연 1회 순환출자 현황 공시가 의무화됐다. 더불어 국회에서 추진중인 개정 보험업법까지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한 상태에서 지분매각이 현실화하면 총수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을 활용한 지주사 체제전환 가능성은 그간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신규순환출자 금지법이 지주사에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는 점도 삼성의 지주사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 부회장은 현재도 제일모직 지분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지배구조는 금산분리 강화 흐름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이 때문에 삼성이 선진 지배구조 구축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지주회사 전환을 대안으로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지주회사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운영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서 보통 사명에 사업분야가 명시돼 있지 않거나 ‘홀딩스’ 등의 이름이 붙는 회사이다. 지배회사 또는 모회사라고도 하며 쉽게 말해 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다.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그룹으로는 LG그룹나 KB금융그룹, SK그룹 등이 있다. 2003년 3월 국내 재벌 가운데는 최초로 LG그룹의 ㈜LG가 순수지주회사로 출범했다.

◆시나리오는 제일모직에 달렸다
현재 삼성의 순환출자구조에서 핵심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이다. 제일모직의 지분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72%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하는 것이다. 2대 주주는 KCC로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은 또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2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이 회장이 20.76%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이며, 뒤를 이어 제일모직이 19.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 삼성전자→기타 계열사→제일모직’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 구조는 총수일가가 제일모직을 지배하고, 제일모직과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며,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이 계열사들이 제일모직의 지분을 보유하는 연결고리다. 따라서 제일모직이 삼성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배구조의 정점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현재 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예측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제일모직 상장 후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인 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삼성전자사업회사로 나누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현재 0.57%밖에 되지 않지만, 제일모직 지분(25.10%, 공모 이후에는 23%대 예상)으로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경우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훨씬 높아진다. 투자부문 자회사가 되는 삼성SDS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분이 11.2%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이 더욱 상승하면 삼성전자홀딩스의 지분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계열사 간 지분정리에 수 십조원이 드는 데다 현재 순환출자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을 삼성 지주회사가 인수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제일모직이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3세들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지만 몇 단계의 인적분할 및 합병이 없는 지주회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지주회사 전환 이후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자녀들이 계열분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환출자구조에서 빠져 있는 삼성SDS의 상장이 주목받는 것은 이 부분에서다. 삼성SDS가 상장돼 지분 가치가 올라가면 삼성 3세들은 올라간 지분가치로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마련하고 앞으로 변화할 지주회사 체제에서 삼성SDS의 주식을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현금창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쓰임새인데 이 부회장이 상속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SDS 지분을 빠른 시기에 정리하기보다는 일단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행법상 바로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변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생명의 2대 주주(19.3%)인 만큼 현 상태에서 지주사로 전환하면 법적으로 금융지주사가 될 수 있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강제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와 중간 금융지주 제도 도입, 금융과 비금융 자회사 간 지분 정리가 끝난 후 일단 삼성전자를 분할, 삼성전자 홀딩스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뒤에 제일모직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만들고 제일모직과 합병시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연결고리를 정리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지배구조로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 지난 2012년 1월 새해를 맞아 신라호텔에 모인 삼성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향후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뉴시스

 

◆경영권 승계 ‘실탄’ 삼성SDS
이처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제일모직의 상장이 한 달 이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삼성SDS의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부회장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및 3세들의 삼성SDS 지분 19.1%는 4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 회장 재산 상속을 위한 상속세 마련과 그룹 지주사 지분율 상승을 위해 현금처럼 사용될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제일모직까지 상장될 경우 이 부회장은 최대 약 1조6625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길도 열린다.

재계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되면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SDS 등의 지분 중 이 부회장은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반드시 물려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룹을 상징하는 ‘간판’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 30억 원 이상 증여 또는 상속할 때 적용되는 세율은 50%다. 최대주주 지분 승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등을 고려하면 실질 상증세율은 65% 정도로 높아진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약 11조 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7조 원에 이른다. 현재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에서 1조5천억 원 정도가 부족하다. 하지만 향후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무리없이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크게 연관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지분 처분도 비교적 자유롭고 상장 이후 주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서 다양한 용도의 실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SDS 상장이후 상속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주식 담보 등을 통해 상속비용을 조달할 수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승계 비용을 마련하는 것 역시도 삼성SDS의 주가 수준이 높을수록 삼성측에는 유리하다.

◆지배구조 개편, SK 따를까?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SK그룹을 모범답안으로 삼아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SK그룹이 2006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뒤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처럼 삼성그룹도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이다.

SK그룹은 2006년 SK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 포문을 열고 2조원을 들여 총 주식 수의 10%에 해당하는 1300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후 SK와 SK에너지로의 인적분할을 하고 SK이노베이션 주식과 SK 신주를 교환했다. 이어 SK C&C 상장을 거쳐 SK텔레콤 지분 정리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했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만약 SK시나리오를 따른다면 향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삼성전자 지분 확보 후 인적분할과 현물 출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고 주가도 저평가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제일모직의 상장과 함께 내년 초지배구조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는 보호예수 때문에 상장 후 6개월 동안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이 기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그리고 이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어떤 주가의 흐름을 보일지, 또 이 부회장이 확보한 6조 원 가까운 승계자금을 기반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분과 삼성그룹을 어떻게 물려받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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