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현실을 다룬 드라마의 사랑스러움
‘미생’ 현실을 다룬 드라마의 사랑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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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행보
▲ 미생 / ⓒ tvN

‘미생’이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은 현재 8회까지 공개되며 점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미 10월 넷째 주, 다섯 째 주 콘텐츠 파워 지수 1위에 연속으로 오르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미생’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현실에서는 ‘미생’처럼 타이밍 좋게 사건이 터지지도, 도움이 오지도, 한 마디 한 마디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생’은 현실을 다루고 있다.

현실을 다룬다는 것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을 드라마라는 장르에 맞게 재조립 했다는 말이다. ‘미생’은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게 다루며 차별화가 됐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다뤘다. 모든 드라마는 ‘로맨스’로 귀결됐다. 어디에나, 회사, 병원, 학교, 혹은 같은 아파트라도. 항상 ‘엄친아’, ‘엄친딸’이 등장했고, 평범한(하지만 사실은 예쁘거나 잘생긴)사람이 그런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그것은 사실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 ‘백마 탄 왕자님’은 한국 여성들의 열망이었고, ‘미녀’는 남자들의 꿈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계속 환상을 다뤄왔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나에게도 저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는 ‘드라마는 드라마지’라는 생각으로 이미 바뀐 지 오래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을 다룬 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를 정점으로 찍고 내려왔다.

‘별그대’는 나만을 지켜주는 초능력을 가진 잘 생긴 남자 김수현과 모두가 사랑하는 최고의 미녀 배우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는 사람들이 가진 환상의 끝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을 겪은 사람들은 더는 환상을 다룬 드라마에 흥미를 갖기 쉽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김수현과 전지현은 높은 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반증하듯, 최근의 미니 시리즈는 모두 하락세를 탔다. 10%를 넘는 드라마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모든 드라마가 똑같이 ‘환상’만을 쫓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미생’이다. 미생은 환상을 다루지 않는다. 미생은 현실을 다룬 드라마다. 현실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만 다룬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미생’은 현실을 너무나도 잘 요리했다. 미생이 재조립한 현실은 너무 각박하지만, 그럼에도 따뜻하다. 장그래는 현실 속에서 성장하고, 오상식 과장은 신념을 지킨다. 김동식 대리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팀이 살아야지’라고 중얼거린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시청자들 본인의 거울이 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각박한 현실, 어려운 사회생활을 인물들에게 비춘다. 그리고 인물들은 어떻게든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자존심을 굽히기도 하고, 묘수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해고당하지 않는다. 더럽고 치사한 상황이 계속 닥친다고 해도 그들은 어떻게든 ‘함께’ 이겨나간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미생’을 사랑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단지 현실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현실을 드라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미생’은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생’은 소중한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논리적 귀결은 드라마가 ‘Drama’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뜻이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성공은 한국의 드라마 시장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의 성공 공식을 깨버리면,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돌파구를 tvN이 찾았다면, 지상파도 못하리란 법은 없다.

그동안 드라마를 잡고 있던 중견 작가들은 계속 이러한 공식에 집중해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새 작가의 발굴이다. 이미 지상파는 KBS2 ‘드라마 스페셜’, MBC ‘드라마 페스티벌’ 등으로 그런 일들을 조금씩 해왔다.

아마,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앞으로 지상파 드라마의 제작사들도 현실을 다루는, 좀 더 전문적인 드라마에 치중한 작품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미생’은 드라마의 본분을 넘어서 어떤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tvN 드라마 ‘미생’은 매주 금, 토 밤 8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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