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를 대표하는 길레르모 델 토로,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3인이 43명의 대학생들의 실종과 살해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는 멕시코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며 이는 멕시코의 조직적 부패의 증거라고 비난했다.
‘판의 미로(2006)’의 델 토로, ‘그래비티(2013)’의 쿠아론, ‘버드맨(2014)’의 이냐리투 감독은 전세계에 멕시코 영화의 수준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델 토로 감독은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박물관에서 알론소 쿠아론 감독에 대한 헌사를 하는 중에 여러 유명인사들 앞에서 공개편지 형식을 통해 멕시코 정부를 비판했다.
델 토로 감독은 “연방정부는 이러한 일들이 단지 지역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범죄들이 조직적인 거악(巨惡)-조직범죄와 멕시코 고위직 공무원 사이의 유착을 가리키고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에 대한 답변을 지금 당장 요구한다”고 말했다.
델 토로 감독은 “우리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 모두가 사라진 대학생들의 가족들과 매일매일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멕시코 시민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에 함께 하고, 적어도 이 조직적인 인권 침해가 빈번히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부탁한다”며 편지 낭독을 마쳤다.
쿠아론 감독과 그의 아들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스 쿠아론은 연단에서 델 토로 감독이 메시지를 낭독할 때 옆에 서 있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 행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버라이어티가 10일 전했다.
또한 이 행사에는 톰 크루즈의 전처이자 배우인 케이티 홈즈,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시디, 화가 줄리안 슈나벨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 토로가 언급한 집단살인과 부패는 영화제작자들과 줄리안 슈나벨, 살만 루시디와 케이티 홈즈 같은 유명인들이 모인 호화로운 자리와는 별세계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다고 예능 전문 매체인 ‘버라이어티’가 말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감독들은 멕시코를 사로잡고 있는 범죄와 테러들은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편, 멕시코 당국은 그들이 발견한 뼈와 이가 실종된 학생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앞서 발견된 여러 공동묘지에서 나온 시신들이 실종된 학생들과 일치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멕시코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사 당국은 실종된 대학생들이 마약 카르텔인 게레로스 우니도스 조직원의 손에 의해 죽었다고 발표했으나 피해자의 가족들은 DNA 검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정부가 실종자들의 시신이라고 주장하는 유해들은 오스트리아로 보내졌다.
지난 9월 이 마약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는 부패한 경찰관들이 43명의 대학생들을 이 조직원들에게 넘겼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괄라시의 시장과 그의 아내는 대학생들이 연설을 하기로 한 공개행사를 방해할 것을 우려해 경찰에게 그들을 공격하라고 명한 뒤에 이들은 갱단에 넘겨졌다.
이후 멕시코 당국의 미진한 수사와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한 멕시코인들은 전국에 걸쳐서 방화, 파괴 등 폭력을 불사하며 과격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