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시련과 도전, 그리고 실험
세월호의 시련과 도전, 그리고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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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시련이자 도전이며 실험이다.

세월호 참극은 그 자체가 고통이기에 시련이고, 이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느냐는 의미에서 도전이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재난 사태 속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느냐는 면에서는 하나의 실험이다.

지난 10일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17명의 주교를 포함해 신부와 수녀, 평신도 13만여 명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만 190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읽히는 만큼 아프게 다가온다.

이들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공언했는데, 모든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그날, 정작 ‘안보’가 가장 필요한 그때 국가는 어디 있었느냐”며 “가장 참혹한 것은 고통에 대한 연대와 기억이 ‘경제’를 해친다고 호도하는 천박함, 무절제한 탐욕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 시대”라고 비판했다.

경제를 말하면서 세월호 사태는 말하지 않는다. 마치 세월호는 경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은 경제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그런 ‘고통에 대한 연대와 기억’을 억지로 외면하고 무시해야 경제가 멋들어지게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 그 ‘심오한’ 책임회피의 기술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가치가 있으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안전이라든지, 진실이라든지, 정의를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하되 마음으로부터 믿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물정 모르는 숙맥’이나 ‘덜 떨어진 인간’으로 취급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식들에게 또는 우리 후배나 친구에게 진실이나 정의란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신 경제란 말을 자주 거론한다. ‘경제주의’가 우리의 모든 가치관의 황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됐다. 세월호 대응 부실로 국격이라는 천문학적인 경제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으면서도.

우리는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 위정자들이 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포기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재앙들의 피해군 대기조에 속해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2의 세월호는 다시 일어난다. 우리는 다만 그 비참한 진실을 관념의 이익이라는 틀 안에서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왜 관념의 이익인가? 세월호 참극을 전후로 한 총체적 부실 대응은 결국 현실적으로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가올 사실이다. 우리는 얼마 전에 판교 환풍기 참사를 겪지 않았던가. 요즘 제2의 롯데월드의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이웃 가운데 누군가는 진실의 은폐로 인해 절망해 자살할 수도 있다. 세월호 사태란 역사적 시련과 도전과 실험 앞에서 한국인은 무기력하게 나가떨어졌다.

300여명이 참으로 야릇하게 목숨을 잃은 후 고작 200여일 지났다. 올해 4월부터 세월호와 유가족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말들이 많았지만 언론은 좀 다르게 보는 모양이다.

‘차 부품 상반기 수출 136억 달러…사상 최대 실적’(세계일보), ‘올해 상반기 수출 사상최대 실적’(평화방송), ‘한국, 상반기 ICT 수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전자신문), ‘한국GM, 상반기 내수판매 사상최대(아이뉴스24)’…대충 훑어만 봐도 이런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버젓이 오르고 있는 판에 도대체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똑 부러지게 진실규명을 하자고 한 민의가 이 나라 경제에 무슨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월호의 고통은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이 고통을 망각의 수렁 속으로 몰아넣어 우리 인격과 도덕의 품위를 스스로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진실에 기초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유롭고 유연하면서도 능동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도전도 외면해선 안 된다.

따라서 실험 정신이 요구된다. 벤처 기업이나 창의적 기업 지향성을 가진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고통과 도전 정신으로 진정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월호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새롭게 인지하고 도약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창조경제의 실천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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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kwhr 2014-11-14 13:25:47
단원고 유가족만 유가족인가? 일반 유가족은 유가족이 아닌가? 나도 유가족인데 차별 받는 유가족이라서 양심선언을 하렵니다 세월호 조작에서 아이들이 빠져 죽었다고 새누리당이 조작해서 지방선거를 겨냥한 투표 조작한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