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KB금융그룹 경영진에 LIG손해보험(이하 LIG손보) 인수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계획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최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 내정자에게 LIG손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허’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기는 어렵지만, 언제 (승인) 논의가 이뤄질 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경영관리가 핵심이고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KB금융그룹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외이사 퇴진 문제를 포함해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됐는지를 확인해야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의 가시적인 성과 없이는 인수를 승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퇴진은 금융위가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안정적 지배구조 구축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사퇴하기 전에는 LIG손보 인수 승인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늦어도 다음달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KB금융그룹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이 ‘사퇴 불가’ 입장을 표시하는 데 반해 금융위는 이들의 퇴진을 압박함에 따라 KB금융의 LIG손보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KB금융그룹이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실제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와 대주주 자격 요건, 결격 요건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위가 KB금융그룹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루는 것을 넘어 인수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불안정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이런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LIG손보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인데 자회사 관리의 핵심은 지배구조”라며 “KB금융그룹은 지배구조 부분이 문제제기 됐고, 외부에서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됐다고 느낄 만큼 변화된 모습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가 개선됐다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LIG손보 승인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KB금융그룹이 현재 LIG를 인수한 뒤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KB금융이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할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만큼 KB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사외이사들이 자진사퇴하는 등의 변화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LIG손보 인수 검토를 미루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자진사퇴 요구를 무시하면서 금융위가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사태를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사회는 주전산 교체 관련 특별감사 중단을 결의하는가 하면,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특별감사 보고서를 이사회에 올리려 하자 감사보고서 폐기를 결의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파문을 빚어 왔다.
한편 KB금융그룹은 지난 6월 LIG손보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당초 9월 중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KB사태’가 장기화되고,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서 금융당국의 승인이 계속 늦춰졌다.
금융위는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연계하며 꾸준히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간접적 압박해 왔다. 하지만 KB금융그룹 사외이사진은 지난 12일 임시 이사회 직후에서도 거취와 관련한 아무런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고, 이는 당국의 사퇴 압박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KB금융그룹이 올 연말까지 금융위 승인을 받지 못하면 LIG손보 인수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되고, KB금융그룹은 LIG 손보 대주주 측에 수십억 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6월 LIG손해보험 지분 19.47%를 6850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하반기 내내 지속된 KB 내분 사태의 여파로 금융위가 인수 승인 여부를 계속 연기해 양사 관계자들이 공식 통합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부터 인수금액에 대한 연 6%(1억 1000만원)의 지연 이자를 매일 지급하고 있다.
LIG손보 인수 승인이 다음달 2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도 승인되지 않을 경우 KB금융그룹은 LIG손보 대주주에게 60억원 이상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계약이 완전히 파기될 경우 LIG손보 측에 위약금도 지불해야 한다. 다만 인허가 문제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KB금융그룹이 위약금을 지불해야 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