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통’ 시행…‘4천兆’ 중국 증시 열린다
‘후강통’ 시행…‘4천兆’ 중국 증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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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중국 이동 가속화…국내 증시에는 악재
▲ 17일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상장 주식을 직접 매매할 수 있는 후강통이 시행에 들어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투자자들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상하이 증시 및 홍콩 증시의 상장 주식을 직접 매매할 수 있는 ‘후강통(沪港通)’이 17일 시행에 들어갔다.

후강통이란 홍콩과 상하이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후강통은 상해 주식을 뜻하는 ‘후구(沪股)’와 홍콩 주식을 뜻하는 ‘강구(港股)’가 서로 연결(通)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약 40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11월 14일 기준 1207조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당초 지난 달 27일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돼 이날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개인의 경우 외국인 전용의 B주식에만 펀드 가입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었고 기관은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및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등을 통해 일정 쿼터를 배정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날 후강통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외국인들도 큰 제약 없이 귀주 마오타이, 칭따오하이얼, 동인당 등 중국 기업의 주식을 직접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중국 본토 상하이 주식 시장은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 전용인 B주로 나뉜다. 하지만 B주는 50여개밖에 되지 않는 종목수나 기업내용면에서 투자가치가 떨어져 유명무실한 상태이고 A주가 상하이 증시 전체 시가 총액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A주가 상하이 주식시장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주는 그동안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등 승인을 받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만 참여가 가능했다. 후강퉁 시행으로 거래가 가능해진 상하이 A주 종목은 전체 965개 가운데 568개다. 종목수 기준으로는 60% 수준이지만 시총 비중으로는 90%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A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선 홍콩 증시와 연동된 국내 증권사의 해외증권매매계좌와 50만 위안 이상의 잔액을 갖추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국내 주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중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 화폐는 위안화로 환전은 HTS를 통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매매시간은 상하이 주식시장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12시30분까지 오전장이 열린 뒤 휴장하고 2시부터 4시까지 오후장이 열린다.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둘 중 한 곳이라도 휴장을 하면 휴일 전날부터 다음날까지 거래를 할 수 없다. 상하이 거래소에서 당일 산 주식을 그날 파는 일중매매는 제한된다. 매수 단위는 100주로 지정가 주문만 낼 수 있고 정정주문은 불가능하며 취소주문만 가능하다. 무차입 공매도나 주식대차거래도 허용되지 않는다.

상하이 증시 A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하루 최대 130억 위안(약 2조 3천억원)으로 제한된다. 상하이 증시 전체의 시가 총액이 4천조원임을 감안하면 조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에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후강퉁 시행이 업계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수수료 블루오션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가이드북 등을 통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의 차익거래를 노린 자금이 중국으로 집중될 수 있어 가뜩이나 외국인 이탈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증시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시 이후 3년간은 상하이 A주를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내국인에게도 3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 중국 정부가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국내 증시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본토 A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및 신흥시장의 수급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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