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맛보는 닐 사이먼의 세계
오랜만에 다시 맛보는 닐 사이먼의 세계
  • 이문원
  • 승인 2003.12.27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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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한양레퍼토리의 "2번가의 포로"
연극에 관심있는 이들치고 닐 사이먼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미국 '뉴 웨이브' 연극의 대표이자, 그 중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브로드웨이의 거물. "공원에서 맨발로", "이상한 커플", "캘리포니아 수트", "제 2장", "빌록시 블루스" 등 휴머리스트로서의 재능이 한껏 발휘된 그의 희곡들은 다수가 스크린으로 재투영되는 과정을 거쳤으며, 또 그의 작품들은 토니상은 물론 에미상과 아카데미상에까지 노미네이트되어 '대본'의 형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외국 희곡작가들 중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 닐 사이먼의 희곡은 국내에서도 여러 작품이 수차례에 걸쳐 무대에 오른 바 있는데, 이번에 극단 한양레퍼토리에서 준비한 "2번가의 포로" 역시 그의 성공적인 희곡답게 1975년 멜빈 프랭크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이루어졌으며, 이른바'모던-클래식'에 속하는 그의 대표작 중 한 편이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도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40대의 '소심남' 멜 에디슨과 그녀의 참을성 많은 아내가 펼치는 '닐 사이먼 판' "샐러리맨의 죽음"인 "2번가의 포로"는, 앞서 언급한 '닐 사이먼' 판이라는 수식구처럼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를 듬뿍 안고 있는 작품이며, 진솔하고 진한 감동과 재치있는 대사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넘쳐나 자칫 지독한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는 소재를 매끄럽게 다듬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겨울, 사회현상으로 굳어진 지 오래인 '실직자' 문제와 더불어, 모든 문화/예술계가 이들 실직자들을 소재로, 또 대상으로 삼고 기획에 들어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닐 사이먼의 <2번가의 포로>는 실직과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대의 한국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숙성된 종류의 멋과 깊이를 선사해 줄 것이며, 어떤 고통받는 삶이더라도 나름의 희망과 여유를 갖고 살아가다보면 또다른 서광이 비칠 것이라는, 새삼스런 진리를 다시 한번 사이먼 특유의 '쉬운 어조'로 속삭여줄 것이다. (장소: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일시: 2003.12.20∼200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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