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정태근 귀환, 쇄신파 세력화 나서나?
정두언-정태근 귀환, 쇄신파 세력화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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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한다” 與 내 野 역할 자임…역학관계 변화 ‘꿈틀’

정두언, 정태근 등 여당 내 친이계 개혁성향 소장파들이 속속 귀환하면서 새누리당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귀환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근 ‘4자방 국정조사’ 논란 속에서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는 친박계와 친이계 관계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이 원조 소장파 및 당내 개혁성향 초재선 그룹과 공조체제를 구축하며 反주류 세력화를 도모할지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정권 교체 이후 물밑에서 지내오던 친이-비박-비주류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새누리당 대표적 개혁성향 소장파인 정두언 전 의원과 정태근 전 의원이 복귀하면서 당내 쇄신파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원조 소장파 등과 힘을 모아 쇄신블록을 구축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뉴시스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최대 공신 중 한 명으로, 17대 대선 직후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이른 바 ‘55인 파동’을 주도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친이계 대표적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19대 총선 직후부터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총선에 당선돼 놓고도 끊임없는 재판의 연속으로 국회의원 활동을 거의 펼치지 못해왔다. 그러다 지난 21일 파기환송심 끝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다시 정치 복귀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태근 전 의원 역시 이명박 정권 탄생의 핵심 공신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소신’을 강조하며 정권에 대해 비판적 태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18대 국회 임기 후반에는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당 쇄신을 요구했지만, 쇄신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함께 동반 탈당하기도 했다.

김성식 전 의원은 탈당 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도와 캠프에 합류하고 신당 창당 과정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었지만, 정태근 전 의원은 야인으로 지내왔다. 정 전 의원은 그렇게 3년여 간 야인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당이 승인되며 다시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복귀하자마자부터 센 발언들을 내놓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최대 공신들이면서도 이명박 정권은 실패했다고 규정하는가 하면, 현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도 소통 부족 등의 문제를 거리낌 없이 지적하고 나섰다.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쇄신파 특유의 강단이 모처럼 여당 내에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두언 “앞으로도 할 말 하겠다”
지난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황병하 부장판사)는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정두언 의원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정 의원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1억4000만원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4000만원을 선고하며 법정구속 했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정 의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아 징역 10월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는 다시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했었다.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상급 법원의 판단이 하급심에 귀속되는데 파기환송심의 심리과정에서 추가로 증거가 제시되는 등 증거관계가 변동되지 않았다”며 “귀속력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2년여 동안 검찰 조사와 재판으로 꽁꽁 묶여 있던 그가 드디어 자유의 몸이 돼 당으로 무사귀환 하게 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많은 분들이 제게 억울하지 않냐고 물으신다. 저는 정말이지 억울하기는커녕 모든 게 감사할 뿐”이라며 “지난 2년 반의 고난을 통해 저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날 저는 너무 교만했다. 항상 제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을 비판하면서 솔직히 그들을 경멸하고 증오했다”며 “비록 저는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저를 고난으로 이끈 많은 분들은 제 인생의 트레이너였다. 그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반드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 하지만 경멸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늘 힘들고, 어렵고, 약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한 가지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정 의원 무죄 소식에 대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즉각적으로 보인 반응이다. 당내 원조 소장파였던 남경필 지사는 이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그동안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낸 정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참 기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지사는 특히, ‘정두언 의원 파기환송심 무죄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을 당시 의원들에게 판단할 근거도 주지 않고 표결에 임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체포특권의 포기는 정치혁신의 핵심과제”라며 “검찰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때 법원의 의견도 같이 첨부해 의원들의 판단을 돕는 등 형사소송법과 국회법을 개정하는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 지사는 “의원 시절에 제출한 관련 법률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건의한다”며 정치권 혁신논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두언 의원 복귀에 따라 원조 쇄신파인 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과 함께 여권에 쇄신블록이 구축되지 않겠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세연-황영철 등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들도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 쇄신파의 세 확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朴정부 다른 목소리 경청하라” 일침
정치 복귀와 동시에 정두언 의원은 민감 정치 현안들에 대해서도 과감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정 의원은 24일 오전 <한수진의SBS전망대>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본다”며 “그러니까 지금 여당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지 않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니까 일사분란하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특징”이라며 “지금 정치권이 여야 떠나서 모두 다 좀 그런 모습들이다. 그게 불만이라는 것”이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한 평가에서도 “정치가 언제 잘 돌아간 적 있냐”며 “일사분란하다”고 권위주의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쇄신이라는 게 별게 아니라 권력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일을 하고 말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목소리들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 안 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여당 내 야당, 개혁파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세상 밑바닥까지 가봤다. 제가 뭐 아쉽고 두렵겠냐”며 “그런 다짐을 해본다”고 강력한 쇄신을 바탕으로 한 내부 비판을 예고했다.

당 보수혁신위원회의 보수혁신안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권력과 뼈대는 건들지 않고 치장만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공천권 때문에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의 구조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거는 놔두고 국회의원부터 바꾸려고 생각하니까 순서가 틀렸다는 생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울러,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4자방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서는 “문제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뭘 제대로 밝혀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라며 “아무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 이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다만, “야당이 그런 걸 요구해서 하게 됐을 때 아무 성과가 없다면 야당도 거기에 대한 일부의 책임을 지는 걸 전제로 해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도 이명박 정부 탄생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인데, 이명박 정부가 성공을 했어야 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그에 대해 저도 책임이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자원외교’에 대해 “사실은 어이가 없는 이야기”라며 “우리가 물건을 사러 가면 ‘나 그거 사러간다’라고 공표하고 가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값을 올리겠나.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사람이 가고, ‘우리가 성과를 꼭 내야 한다’ 그러고 팡파르 울리면서 가면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장사냐”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아직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자신을 위해 건강한 일”이라며 “정권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그런 면이 아쉽다”고 소통 부족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지적했다.

◆복당 정태근 “중도개혁 퇴보” 비판
한편, 탈당했던 정태근 전 의원도 지난 24일 복당이 확정돼 정두언 의원과 함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태근 전 의원을 포함해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공모 신청자 가운데 탈당자들에 대한 복당을 승인했다. 정 전 의원 역시 정두언 의원과 마찬가지로 복당 직후부터 특유의 소신 발언을 쏟아내 관심을 모았다.

정 전 의원은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2012년도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 적폐해소, 국민대통합 등 중도개혁노선을 강화하는 강령들이 나왔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나니까 중도개혁노선들이 과거의 성장 중심이나 법치주의 중심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다만 김무성 대표체제가 새로 출범하면서 보수혁신의 기치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며 “평당원이긴 하지만 다시 새누리당이 혁신의 기치를 갖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위원장 중심의 보수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정 전 의원도 마찬가지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 전 의원은 “새누리당이 혁신의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혁신의 방향과 순서를 잘못 잡았다”며 “보수혁신이든 정치혁신이든 그 목표는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 국민으로부터 정치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선거제도를 바꿔야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된다”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든지 중대선거구제 같은 것을 검토해서 국회가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연정과 협치의 정치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개헌에 버금가는 큰 틀에서의 정치혁신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부실 자원외교 논란과 관련해서는 “CNK다이아몬드 같은 범죄적 고의성이 있고, 또 다른 분류는 경제성을 잘못 타산한 과실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정책적 오류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장기성 때문에 평가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야당에서 문제제기하는 수준을 가지고 국정조사를 해서 더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게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 이 문제를 지지부진하게 끌기보다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우선 이 문제에 대해 감사청구를 다시 하고 그 결과를 놓고 국정감사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에서도 사실 그 사이에 제가 과거에 했던 것처럼 구체적으로 범죄적 사실은 무엇이고 정책적 오류는 무엇인가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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