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의 철학과 “위대한 이상”들은 이제 유럽연합(EU)의 관료주의적 세세한 절차들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며 이 때문에 유럽연합이 사람들의 눈에 “명백한 해악”으로 비쳐질 위험성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 의회 연설에서 유럽의 부채 위기를 언급하며 그 “비극적 결과들”이 무엇보다도 ‘외로움의 질병’을 조장했다며 노인과 난민들이 이 ‘흔한 질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젊은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명료한 판단 기준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을 더는 생식력도 생기도 없는 할머니에 비유하며 “늙고 초췌해진 것 같다”며 유럽의 이민법을 개혁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올해만 해도 적어도 3,000명의 난민들이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하려고 하다가 죽었다며 지중해를 “거대한 묘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는 난민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면 노예노동이 늘어나 사회적 긴장 상태가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1988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처음으로 유럽 의회에서 연설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때 유럽의 핵심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지만 이제 유럽의 시민들은 제도에 대한 믿음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유럽 의회 의원 700여명 앞에서 우리의 “이기적 생활방식”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풍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의원들 교황 연설 평가 각양각색
교황이 유럽연합의 긴축재정의 해로운 영향력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데 대해 브라이언 헤이즈 의원은 “그런 말은 가톨릭교나 가톨릭교가 보여줬던 모든 것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일랜드판 인디펜던트가 26일 전했다.
장뤽 멜랑숑 의원은 교황은 의원들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독백 설교를 하러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반(反)유럽연합 정서를 대변하는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당수는 “좋았다. 대단한 연설이었다. 그는 21세기형 교황이다”며 “그가 말했듯이 유럽연합은 약하고 지쳤고 불임이다”고 말했다고 유로뉴스가 전했다.
독일 녹생당 출신의 레베카 하름스 의원은 “인간성이 유럽 전략의 근본적 부분이라고 요구한 그 생각이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녹색당 출신의 울리케 누나섹(Ulrike Lunacek) 의원은 동성애 이슈를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유럽의 각국 지도자들은 이민과 난민에 반대하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로마의 가난한 변두리에서조차 이민을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