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황금의 삼각편대' 기우뚱
삼성전자 '황금의 삼각편대' 기우뚱
  • 권재훈
  • 승인 2006.04.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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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휴대폰-LCD로 이어지는 황금 삼각구조의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은 줄어
'반도체-휴대폰-LCD'로 이어지는 황금 삼각구조(golden triangle), 한 부문이 어려워도 다른 부문이 뒷받침해주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이상적인 사업구조.'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부러워했다. 부문별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2004년에는 '순이익 100억달러 클럽(10조7900억원)'에 가입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위상이 최근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은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13조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겨우 1%밖에 늘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1조61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나 하락했다. 지분평가법(4200억원 이익) 덕분에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많은 1조88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환율 요인(원화 강세)과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 하락 때문에 이 같은 실적 하락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앞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금 삼각구조 붕괴(?) 삼성전자가 최고 실적을 냈던 2004년. 1분기에 반도체 부문은 매출 4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7800억원을 기록해 전체 이익에 대한 기여도가 44.5%였다. 반도체총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3800억원, 올해 1분기 1조1200억원으로 자꾸 줄어들고 있다.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값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램 내 DDR2 비중을 지난해 말 28%에서 올해 말에는 60%로 높이고, 낸드플래시 4기가비트 이상의 생산 비중도 작년 말 55%에서 올해 말에는 9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들 제품의 가격 하락이 크지 않고 수요가 늘어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문제는 반도체 이익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이익기여도가 2005년 1분기에 64.4%에서 올해 1분기에는 69.6%로 자꾸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보통신(휴대폰이 대부분)과 LCD 부문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의 매출은 2004년부터 반도체를 앞질렀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조5900억원으로 반도체(4조3300억원)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이익은 2004년 1분기 1조2500억원에서 2005년 8400억원, 올해 1분기에는 4600억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LCD는 매출이 연간 8조~9조원에 달하며 올해 1분기에도 2조6800억원이나 됐다. 그런데도 이익은 2004년 8350억원을 정점으로 2005년 230억원으로 급락했다가 올해 1분기에 1100억원으로 다소 올라갔지만 LCD가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8%에 불과했다. 결국 반도체가 계속 고공 행진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휴대폰이나 LCD는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 셈이다. ◆휴대폰ㆍLCD는 하락 속도 빨라 삼성전자의 부문별 영업이익률은 2004년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은 2003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이다.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은 도움조차 못 되고 있다.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분기 43.2%에서 지난해 1분기 30.9%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25.9%로 하락했다. 반면에 LCD는 2004년 1분기 35.3%에서 지난해 1분기에는 1.2%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4.1%로 나아졌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LCD 값도 기존 하락률(10~15%)에 추가 하락까지 예상된다. 판매가 늘어난다지만 이익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분기 25.9%에서 지난해 1분기 17.3%로 떨어지다가 올해 1분기에는 10%까지 낮아졌다. 회사측은 하반기에 이익률이 13~15%로 오른다고 강조하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2900만대로 분기별 사상 최대였지만 이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회사 이익 공헌도가 낮아지는 형국이다. 휴대폰 값은 지난해 4분기에 대당 184달러에서 올 1분기에 171달러로 7% 떨어졌고 원화 강세까지 겹치니 어려움이 가중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줄곧 추구해온 휴대폰의 '프리미엄 전략'이 치열한 경쟁으로 한계에 이르고, 휴대폰 자체가 일반 범용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LCD와 휴대폰은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제품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생산 원가 이하로 값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의 한계(?) 반도체와 LCD 부문은 '자전거 페달 밟기'에 비유된다. 이익 창출과 관계없이 끊임없는 자금 투입을 요구한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 5조6300억원, 올해 6조3300원에 달한다. LCD는 2년간 5조2400억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LCD 부문의 이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소니와 합작으로 8세대 생산라인 건설을 결정했다. 투입되는 금액만 20억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 현지법인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첨단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연구개발비도 끊임없이 늘려야 한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004년 2조6874억원, 2005년 3조1332억원, 올 1분기 8047억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새로운 고수익 부문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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