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얼굴 - 한·중·일 초상화 대전"
각양각색의 다양한 자아를 마음껏 드러내는 현대 추상화와 조형미술에 밀려 고전적 화법의 그림들은 일정부분 미술팬들의 관심에서 떠난지 오래이고, 그중에서도 '초상화' 쟝르는 가장 지루하고 단조로운 갈래로서 오인받아 나름의 냉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인체 중 가장 변화무쌍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얼굴'을 다루고 있기에, 초상화야말로 미술의 꽃이라 불리워도 과언이 아닐 듯하며, 그 어떤 의미로도 무시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위대한 얼굴 - 한·중·일 초상화 대전"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3개국의 서로 다른 미술적 기법을 엿보는 자리임과 동시에, 초상화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돌려줄 수 있는 기회로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싶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아시아 3개국의 화풍은 과연 극적일 정도로 판이하다. 먼저 한국의 경우, 단아함과 우아함을 필두로 화폭에 선감을 부여하는 모습으로서, 비교적 단순한 형식만을 취해 인물의 다양한 표정과 얼굴형태를 압축묘사해내고 있다. 한국 초상화 전시에는 국보 240호인 '윤두서 자화상'을 비롯,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보물 594호 '최덕지 초상' 등을 볼 수 있어 미술사적 의미까지도 동시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반면 중국의 경우, 이미 그들의 의복과 풍습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화려함과 그 화려함에서 비롯된 압도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굴 표정보다는 복장과 장신구, 가구 등의 화려한 색채와 조형감이 시선을 끌며, 그 복장이 조선 고관 복장과 흡사해 다소 논란도 일기도 했던 명·청대의 '문관초상' 등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일본 초상화는 과장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 많으며, 심미적 시선으로서 현실을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시박물관, 후쿠오카시미술관, 나가사키시립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이 다량으로 전시되고 있으며, 이중 일본 역사상의 주요 인물인 구로다 조스이를 그린 '구로다 조스이상'이 백미로 꼽힌다.
아시아의 연대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 그리고 초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줄어든 이 미묘한 시점에 등장한 <위대한 얼굴 - 한·중·일 초상화 대전>은, 많은 미술팬들에게 새로운 미의식을 심어주고, 한중일 아시아 3국 간의 문화적 이해를 돕는 데 나름의 몫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일시: 2003.12.23∼200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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