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범행으로 경찰 수사 따돌리며 여성들 살인
충남 천안에서 발생했던 20대 여성 연쇄 살인범이 경찰의 추격 끝에 드디어 잡혔다. 용의자 명모(34)씨는 피해여성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으려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준비해 같은 날 두 여성을 모두 살해했다. 더불어 경기도 의왕시에서도 52살의 윤모씨를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해 인근 야산에 시체를 유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 여성들은 직업을 구한다는 신문의 광고를 보고 명씨의 덫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명씨는 살해 전에 여성들을 성폭행하기도 해 피해 여성에 남은 DNA 유전자 감식으로 덜미를 잡히게 되었다. 현장에서 나온 피해자의 DNA 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명씨의 DNA가 일치해 용의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 온 충남 천안경찰서는 "명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추적하던 중 범죄분석 시스템을 통해 조회한 결과, 명씨가 인천에서 구속된 사실을 알고 남동경찰서에 통보했다"며 수사권을 넘겨받고 계속 추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인광고로 유인, 성폭행 후 살해
경기도 시흥에 사는 명씨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이용해 직장을 구하고 있는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여성의 카드를 빼앗아 대출을 받을 작정으로 만나기 전에 이미 여성들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대출에 필요한 서류들을 요구했다. 지난 1월 9일 수원의 한 대형할인마트 부근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 예약한 대포폰을 택배로 건네받은 뒤 대포폰을 이용, 천안의 한 생활정보지에 과외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문의를 ‘하나상사’라는 명의로 실어달라 의뢰해 10일 인천 부평에서 렌터카를 빌려 범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또한 치밀하게 11일 다시 충남 천안으로 내려온 명씨는 인적이 드문 풍세면 가송리를 범행 장소로 정하고 사전답사를 한 뒤 흉기와 테이프, 석유 등 범행도구를 구입해 놓기도 했다.
그리고 12일, 범행당일 오전 11시 정도에 명씨는 천안의 한 대형할인마트 앞에서 광고를 보고 연락한 표(26)씨를 만나 풍세면 가송리로 가서 성폭행을 했다. 이어 표씨를 차에 태운 채 같은 날 오후 4시께 목천 휴게소로 이동해 두번째 피해자 송(26)씨를 태웠다. 다시 사건현장으로 돌아간 명씨는 송씨에게 카드대출 한도를 문의하게 했으나 대출이 불가능하고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비닐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것을 보고 차에 같이 있던 표씨가 살려달라고 저항하자 흉기로 찌르고 자신의 체액이 남아있을 것을 우려해 전신에 등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한 범죄계획으로 경찰 수사 따돌려
천안경찰서 한달우 서장은 “용의자는 동일 전과자로 범행 수법이 악랄하고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흉기나 석유 등 하나하나씩 살해 도구를 준비했던 것은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여 지며 범행과정에서도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치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강도강간 등 전과 4범인 명씨는 1999년 유흥업소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6년 복역한 뒤 지난해 출소했으며 그 이전에도 대출관련 동종전과가 있었던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조사결과 경기 시흥의 한 고시원에 살며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명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씨는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폰과 렌터카를 준비했으며 특히 구로와 수원, 시흥 등 장소를 이동해가며 통화를 하고 렌터카도 부평에서 빌리는 등 여러 장소의 이동으로 경찰수사를 피해왔다. 명씨는 또 구인광고 문의과정에서 생활정보지측이 "광고주의 유선전화번호를 기입해달라"고 요청하자 천안지역의 전화번호를 허위로 댔으나 우연하게도 이 번호가 천안시청의 한 구내번호와 일치해 경찰수사에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일을 전후로 해 금융기관과 사건현장 주변에서 이루어진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입수한 결과 명씨는 숨진 표씨 등 외 다른 구직여성 13명의 전화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표씨 등과는 달리 용의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며 전화로 상담하는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구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범행에 2~4명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한 택배회사 직원이 용의자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휴대전화를 주문받아 수원시에서 만나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이들의 인상착의와 전달과정 등을 조사 중이다. 명씨는 현재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또 다른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명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은 최모씨라는 공범에게 대포폰만 건넸을 뿐 범행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조사결과 최모씨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명씨가 진술한 범행과정을 살펴볼 때 단독범행이라고 믿기에는 석연치 않는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명씨는 또 지난 12일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인천에서 생활광고지에 "과외교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찾아온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해 또 다른 범행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명씨를 천안서로 압송한 뒤 정확한 범행경위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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