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이들의 정신건강
흔들리는 아이들의 정신건강
  • 황선아
  • 승인 2006.04.2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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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들
얼마 전 쌍둥이 형제가 같은 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상해한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 게임으로 다투다 그랬다는 처음 증언과는 달리 평소의 괴롭힘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어른들의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걱정스러워진다. ‘악동 전성시대’로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아청소년 정신보건센터가 초중고 19개 학교의 학부모, 학생 2,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중고생 세 명중 1명꼴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중 16.8%는 심각한 정신장애가 있다고 진단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의 산만하고 공격적인 태도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일컫는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라는 정신과적 장애로 이로 인해 병원을 찾는 부모가 부쩍 늘어나기는 했지만 보통 부모들은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타고난 성격이라고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무작정 방치되었을 경우 반사회적인 행동경향으로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 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쉽게 분노하는 아이들 이제 아홉 살인 선미는 가만히 있는 오빠를 가방으로 시종일관 공격하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소리를 지른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오빠를 노려보는 모습이 제법 서늘하고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엄마에게도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대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멈춰 서서 쳐다보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엄마는 이러한 선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걱정스러움만 늘어간다. 정신병동에서 지내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의 소라 역시 ADAH를 앓고 있다. 오랜만에 소라가 좋아하는 김밥을 싸 병원에 온 할머니와 마주한 소라는 어린아이다운 밝은 모습으로 할머니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할머니가 소라가 신고 있는 신발이 낡았다며 평소 신발 신는 버릇을 지적하자 짜증을 참다못해 이내 할머니에게 발길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여느 열 살 아이의 모습과 같았던 소라는 금새 다른 아이가 되어버렸다. 일곱 살의 민구는 유치원을 다녀오면서 곧잘 길을 잃고 헤메인다. 때문에 외숙모와 할머니는 유치원차가 정차하는 곳에서 민구를 기다려야 한다. 혼자서 시종일관 돌아다니는 손자를 감당하지 못한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민구의 허리춤에 고무줄을 묶어 문고리에 걸어두었지만 그마져도 가위로 자르고 사라져버려 걱정이 말이 아니다. 혼자서 시종일관 돌아다니며 길에서도 뛰어다녀 곧잘 다치기까지 한다는 민구를 병원에서 정신과 진단을 받게 했지만 심리 검사조차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의 소견이었다. 이처럼 집중력이 없고 공격적인 성향을 내보이며 폭력적이고 화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내보이는 아이들은 ‘ADH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이 병은 정신과적 장애의 하나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주의력이 결핍되고 충동적이며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할 줄 모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산만한 태도로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부정적이고 남다른 행동으로 어려움을 느끼면서 학업성취에 있어서도 저하된 수준을 보이며 가족구성원과의 관계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적인 경향, 범죄자 될 가능성 높아 청각 집중력과 시각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 ADHD 아이들은 가만히 자리에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안절부절못하고 말을 많이 한다. 때문에 활동을 끝까지 못하는 것이 특징으로 공부나 과제처럼 지루해질 수 있는 작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커갈 수록 나아지는 듯 하나 사실은 산만한 증상이 겉으로는 흐릿해지고 내적으로 산만한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있기는 하나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물건들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집중력이 결핍된 증상은 곧 효율성의 저하를 초래하게 되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어 상대적인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주위의 질책이 심해지고,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데서 오는 배신감, 소외감이 쌓이면서 분노로 발전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노가 행동장애나 분노 발작의 모습을 보여 폭력적이고 과격해진 아이들을 만든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춘기 감정과 얽혀 가출 등 심각한 반항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17살의 김군은 강도 상해로 경찰에 붙잡혔다. 동네 노부부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털고 할아버지의 신고로 이내 붙잡혀 6개월 간 소년원 생활을 한 김군은 보복감에 출소 후 같은 곳을 또 찾아갔다. 밭을 갈고 있던 동네 할머니를 때리고 고함을 지르자 입에 흙을 넣고 때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김군의 범행에 담당 형사는 열일곱 소년이 저지른 것이라 보기에는 그 죄질이 너무 크다고 했다. 그러나 김군의 아버지, 누나, 할머니를 만나 김군의 어린시절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에 의뢰, 진단을 주문한 결과 김군은 품행장애이며 어린시절 ‘ADHD'를 앓았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고등학교 이후 시기의 주의력 결핍 증상은 정서적인 문제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산만한 경우는 드물고, 그러한 특성이 어느 듯 성격화해 스스로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변해가는 동안 원인이나 과정 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은 커져가고 있다. ▶ADHD,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 ADHD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전두엽은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적합하게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실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습이나 전략 수립 등 고차원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DHD의 아동들은 전전두엽이 보통 아이들보다 작아서 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ADHD 아이들은 부모 교사 심지어는 친구들에게까지 많은 어려움을 준다”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해 조기진단 및 치료를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부모가 이러한 증상을 발견하고도 그냥 방치했을 경우 대학교에 가서도 이러한 증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나아지지 않아 가급적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중·고교생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치료는 가능하지만 치료 효과가 소아기보다 떨어지는데다, 성격화해 스스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늘이(10세)는 선생님이나 엄마가 하는 말을 금새 잊어버리고 평탄한 길을 두고 갓길만 따라 걷는다던가, 장난이 심해서 선생님에게도 지적을 많이 받는 전형적인 ‘ADHD'의 아이였다. 그러나 보건센터에서 3개월간 치료를 받은 하늘이는 집중력있게 책을 한권 다 읽어내고 점점 나아지는 학습향상을 보여주면서 치료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아이들의 위태로운 정신건강에 힘이 돼주어야 할 것은 부모들의 관심과 병을 고치려는 노력일 것이다. 산만한 아이들을 무작정 혼을 내어 다스리려 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내고 알맞은 치료법으로 힘겹지만 아이들이 병을 이겨 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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