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원 보수 '하위 수준'
의원 겸직금지·영리행위 제한·주민소환제 실시” 주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방의원 유급제는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 정책’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중앙정부는 관련법 정비 없이 덜렁 유급제를 결정한 채 모든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겨 원성을 사고 있다. 중앙정부는 또 지자체별로 10명의 의정비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보수 수준을 정하도록 해서 위원회가 그 고민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원 유급제는 무엇보다 의원들의 겸직금지 및 영리행위 제한이라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처음부터 ‘소문만 푸짐하고 먹을 것 없는 잔캄가 예견됐다.
이항동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청원군의정비심의위원)는 “유급제의 기본 취지는 의원들에게 고정급여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원들의 겸직금지,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 제한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리가 돼야 한다. 현재 이것이 안돼 있어 유급제 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
돈있고 조직있는 지역의 명망가들만 의회로 들어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유급제가 나온 것인데, 이 유급제가 실제로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대한 반발 무마용이 돼버렸다.
그래서, 의정활동 열심히 하는 의원들에게는 오히려 명예롭지 않은 제도가 되고 말았다”며 “개인적으로 광역의원 보수는 너무 높고, 기초의원은 너무 낮게 책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급제 실시에 앞서 가장 먼저 법제화될 것은 겸직금지라는 게 중론이다.
일례로 일반 근로자들은 1년 내내 일해서 연봉을 받는데 광역의원은 1년 120일, 기초의원은 80일간의 회기동안 출근해서 연봉을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531지방선거충북연대도 의견서에서 “지방의원 겸직금지 및 영리행위 제한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상임위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따라 의원들은 겸직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지방의원 보수 산정을 부단체장급, 국장급, 과장급 등 공무원 직급을 적용하는 방식은 주민대표성을 갖는 지방의원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
아직 영리행위 및 겸직금지 등의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실에서 지방의원의 보수를 책정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주민들로부터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급제 ‘빛좋은 개살구’ 유급제 실시에 앞서 주민소환제가 법제화 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주민소환제란 선거에 의해 공직에 취임한 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가 해직을 요구하는 제도. 일정한 급여를 주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확실하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의원 보수를 결정하면서 지방자치법 시행령 15조에 의거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물가상승률·지방의회 의정활동실적 등을 감안하라는 기준안이 있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과 보수에 대한 상·하한선이 없다보니 지자체별로 매우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18일 현재 절반 이상의 광역·기초의회가 의원 보수를 결정했는데 서울시의 6804만원부터 증평군의 192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는 곧 지자체의 재정능력과 이어져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의원 보수도 높고, 소득이 낮은 곳은 보수도 낮게 책정되고 있다.
그리고 현 지방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이 낮은 점수를 받는 것도 유급제를 실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충북도의정비심의위원인 모 인사는 “현재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면 2000만원 선에서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의회에 들어오도록 하자는 유급제 취지를 살려 기존 수당보다 인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초의원에게 2120만원, 광역의원에게 3120만원씩 주는 현 수당도 적지 않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이 것도 주기 아깝다는 게 주민들의 여론이다.
“지금 받는 수당도 많은데 무슨 유급제냐”는 게 밑바닥 정서이기 때문이다.
돈있고 권력있는 명망가보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의회로 가게 해서 지방의회 수준을 높이자는 유급제 취지는 이렇게 제도적인 허점 때문에 시행 초기부터 빗나가고 있다.
충북도의정비심의위원회 4차 회의가 열리던 지난 17일. 10명의 위원들은 도의원 보수를 연 3996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기존 수당 3120만원보다 28% 증가한 숫자다.
이 위원회에서는 물가상승률 5%, 지방의원 유급제 취지 18%, 지방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 5%를 감안했다. 이에 따라 도의원들은 매월 월정수당 183만원, 의정활동비 150만원 등 총 333만원을 받게 된다.
의정비심의위원회 위원들은 10군데의 광역지자체가 대부분 4000만원 이상으로 결정하자 충북도 같은 수준을 맞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 때문에 고민했다.
이 날까지 결정된 광역지자체 10군데 중 전라남도만 빼고는 모두 4000만원 이상이었다.
또 유급제 취지를 살리고 앞으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더 인상하자는 위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겸업·겸직의 문제와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 된다는 점, 도민들의 정서와 충북도의 재정능력 등을 감안해 4000만원 이하로 하자는 의견들이 더 많았다.
한 때 기준선 4000만원을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으나, 아직 유급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반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의원 보수는 앞으로 인상되면 인상됐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3000만원대로 결정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11군데의 광역지자체 중 충북이 10번째인 3996만원이라는 액수를 놓고도 일부 도민들은 너무 많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점이다.
- 청주 류병두,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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