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2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업별 할당량과 관련해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정부가 업체들을 경영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한국석유화학협회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애초 석유화학업종에 1억6846만톤의 배출권이 필요한 것으로 인정했지만 지난 2일 발표에서는 이보다 약 2600만톤 적은 1억4369만톤(2015~2017년)의 배출권을 할당했다”며 “15.4%에 달하는 석유화학업종의 감축의무는 다른 에너지 다소비업종 감축의무 평균 5%보다 3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할당량 부족분을 정부 제시가격인 톤당 1만 원에 구매하면 석유화학업종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 84개사는 3년간 2600억 원의 재정부담을 져야 한다.
산업 전반에 할당량이 부족한 만큼 배출권을 돈 주고 구매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경우 초과분에 대해 톤당 3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하는 데 부담 규모는 7800억 원으로 급증한다.
단순 계산해도 한 업체당 적게는 30억 원, 많게는 93억 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된 셈이다. 최근 신증설이 많았던 한 대형 업체의 경우 최대 350억 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가 배출권거래제 할당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대규모 투자설비가 들어가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들은 에너지 효율이 곧 경쟁력”이라며 “지속적인 감축활동을 통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감축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업체들은 일부 생산라인 가동 중지와 투자 재검토 등의 대안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은 신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추구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다.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수출주력산업이기도 하다.
협회 관계자은 “글로벌기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내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고 기초소재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붕괴는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전방산업의 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석유화학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부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가 필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8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는 논평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되는 525개 기업들은 향후 3년간 12조70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며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할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 제조·생산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포커스 / 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