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vs 정윤회, 권력암투設 증폭
박지만 vs 정윤회, 권력암투設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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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문건 유출 파문, 비선실세들 파워게임 치부 드러났나?

▲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박근혜 대통령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박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59) 씨 비선실세들 간 권력암투 과정에서 빚어진 사건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윤회 씨 감찰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정 씨는 연일 언론을 통해 폭로전을 이어가며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좌) 박지만, 우) 정윤회 ⓒ뉴시스
청와대의 정윤회(59) 씨 감찰 보고서 유출 파문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들 간 권력암투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임기 말에나 나타날 법한 현상이 2년차를 지내고 있는 상황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의미로 박근혜 정권에서 공식적이지 않은, 보이지 않는 권력들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드러낸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의원시절부터 보좌해온 정윤회 씨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박 대통령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달 24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유출 문건을 토대로 최초 보도한 이후 상황은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하던 정윤회 씨는 물론, 정윤회 씨 감찰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당사자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연일 언론을 통해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정권의 비선실세들 실체는 만천하에 드러나는 상황이 됐고, 국민들은 유출된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나 유출 자체의 문제보다 비선실세들의 막장 권력암투를 본질로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박지만 미행’ 파문 2라운드?
지난 3월 <시사저널>은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회장이 지난해 말 정체불명의 사내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박지만 회장을 미행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정윤회 씨였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박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핵심 측근 실세로 알려진 정 씨와 박지만 회장 두 사람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데 있었다.

우선, 당시 <시사저널>은 “여권 내에선 ‘정윤회 및 비서진 3인방’과 박지만 회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서로 대척점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한마디로 여권 내에서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 비서진 3인방이 박지만 회장 측 인사들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도 “지난해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청와대 직원으로 임명되는 것을 비서진 3인방이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박 회장뿐 아니라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박 회장 쪽과 정윤회 씨를 비롯한 비서진 3인방 쪽의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정윤회 감찰 보고서’ 논란도 이런 정 씨와 박지만 회장 간 권력암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 씨는 지난 2일 YTN과 통화에서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번째’라는 표현 자체가 박 회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씨는 문고리 3인방에게도 “그쪽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사실상 강경 대처를 주문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언론을 통해 정윤회 씨와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누구일까? 조응천 전 비서관은 정윤회 씨 감찰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인물이며, 박지만 회장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실제, 검사 출신인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지만 회장이 지난 1993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담당 검사로서 인연을 맺었다. 이때 깊은 신뢰를 쌓게 된 두 사람은 이후로 2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윤회 씨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고, 그 파문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박지만 회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만-조응천 vs 정윤회-문고리 3인방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3일 보도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당신을 박지만 회장 사람이라고도 한다’는 질문에 “나는 오직 대통령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밖에서는 과거 일 때문에 자꾸 나와 박 회장을 연결시킨다”고 박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처음 만날 때 관계가 그렇다보니 박 회장이 나를 쉽게 보지 않는다”며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는 면도 있다. 나 역시 박 회장이 오더를 내린다고 그대로 따를 사람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4월 2일 내부 문건 유출을 청와대가 인지한 후 자체 조사는 없었냐’는 질문에 “일부 보도에 보면 내가 ‘무인기가 가져갔나’라고 말했다면서 적당히 덮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우리는 민정비서관실로부터 굴욕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2월에 나간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됐지만, 그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후 5월 말-6월 초 제3의 인사가 유출했을 가능성이 민정수석실로 보고됐다’는 질문에 “당시 그런 내용이 민정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지만, 재조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돼 윗선으로 보고가 됐는데, 이를 뒤집는 조사가 쉬웠겠는가. 또 그때는 내가 청와대를 떠난 후여서 다시 조사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 같이 말하며 “내가 하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쪽 입장에서는 내가 찍혀 나갔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지 않았을까”라며 사실상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을 겨냥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도 조간을 통해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추가 보도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 같은 제보를 받은 김기춘 실장은 누군가의 농간이라 판단하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입수한 문건에는 박 회장 주변인들과 관련된 비위 의혹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회장은 입수한 문건을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김기춘 실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와 동시에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사건으로, 청와대 자체 감찰로는 경위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도 제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제보에 남재준 원장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 회장의 이런 제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김기춘 실장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실장은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누군가 무고를 하고 있으니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는데, 김기춘 실장은 이를 ‘무고’로 판단해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세계일보>는 “국정원이 대통령 지시 없이 자체 경위 파악에 착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남재준 원장이 이 무렵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달 22일 수리됐다는 점만 덧붙였다. 남 원장은 당시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남 원장 경질로 박지만 회장의 청와대 문건 유출 제보는 그렇게 유야무야 돼버렸다.

▲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들 간 극심한 다툼이 일어나자,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도 이 문제로 인해 피로가 쌓인 듯한 발언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시스

◆누구 말이 진실인가?
그런 가운데, 청와대 문건은 제3자가 유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제3의 내부 인물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증언이 나온다”며 “빈 사무실에 누군가 몰래 들어와 감찰 보고서 작성자인 박 경정의 서랍을 열어 문건을 복사했다는 것이다. 박 경정이 평소 열쇠를 두는 장소를 아는 내부 인사는 3~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 조응천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보고서가 5, 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갔다”며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보고서 유출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마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을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정 씨의 주장은 또 달랐다. 정 씨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감찰 문건을 작성한 박 경장과 통화했던 사실을 전하며 “자기(박 경정)는 그런 적이 없다고 그러더라. 처음에 그러더니 나중에 위에서 쓰라는 대로 썼다면서 자기는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하더라)”고 전했다.

정 씨는 이어, “박 경정이 저한테도 한 얘기가 ‘조응천 비서관이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래서 만났다. 그랬더니 그 사람한테서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 조응천 비서관이 이렇게 이렇게 쓰라고 해서 그대로 썼다.’ 이게 정확한 멘트”라고 밝혔다. 정 씨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문건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정 씨는 이 때문에 감찰 문건에 담겨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저는 그건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조작된 문서를 만들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정윤회 씨와 조응천 전 비서관 간에 펼쳐지는 진실공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윤회 vs 박지만 비선실세들 간의 권력암투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 비선실세가 사실로 드러난 것도 충격이지만, 이들이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자체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朴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 끝나는 날”
한편 이처럼 비선실세 논란으로 연일 정치권과 언론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따른 피로감을 표현해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식사시간 만큼이라도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에 따른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식사시간마저 이 문제로 신경이 쓰인다는 의미 아니겠냐는 것이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통일준비위원회 제3차 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성경에도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사람들이 고난이 많다”며 “항상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하고 그래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의 인생살이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아마 살아가는 즐거움의 80%는 달아나는 것 아니겠냐”며 “이렇게 토론하고 힘들게 일하다가도 식시사간이 되면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마음 좀 편하게 갖자’ 이렇게 되는데 요즘은 또 업무만찬, 업무오찬 그래서 식사시간까지도 편안하게 식사만 하면 안 된다는 풍조가 있다”고 국정 업무에 따른 피로함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제가 다자회의 이런데 나가면 꼭 업무만찬, 업무오찬에서 무언가를 발표하고 얘기를 들어야 하고 그래서 식사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고 신경을 쓰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한마음이 돼 회의를 했기 때문에 (식사 시간만큼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이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권력 암투설 논란 등이 증폭되자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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