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수십년 전부터 사용을 중단한 부실 원전 자재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자 한국수력원자력이 반박하고 나섰다.
3일 그린피스는 서울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70년대 위험성이 지적돼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인코넬 600부품을 한국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10월 한빛 3호기 사고도 이 불량 자재가 쓰인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가 누출된 것”이라며 “이외에도 1986년 이후 지금까지 12차례 해당 부품과 관련된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코넬 600은 증기발생기, 원자로 용기 관통관 연결 배관, 냉각재 계통 분기배관 등 원전 14기 약 4000개의 핵심 설비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용과정에서 재질적 특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다운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는 “대규모 원전 운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30여년 전부터 인코넬 600이 부식과 균열에 취약해 대형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대부분을 교체하거나 이 부품이 쓰인 원전 자체를 아예 폐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수력원자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이 문제를 모두 알고 있지만 경제적 효율만을 따져 가동률 90%라는 고이용률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후쿠시마 사고를 ‘인재’라고 손가락질해온 한국이 정작 국내 증기발생기에 대한 현행 검사와 결함, 누설 규제 수준이 20~30년 전 일본의 규제 수준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종전의 ‘임시 정비 후 재가동’ 입장을 버리고 전수 조사를 해 부품을 교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극한 재해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원전의 아킬레스 건, 인코넬 600을 조기 퇴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짐 리치오 그린피스 미국사무소 원전 정책 전문가는 “한국에 해당 부품을 공급한 웨스팅하우스, 컴버스천엔지니어링 등은 미국에서 원전 발전사업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막대한 교체비용을 지불했다”며 “한국에서는 공급사가 수조원의 교체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기 요금 등을 통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수원이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그린피스의 입장에 반박했다.
한수원은 “지난 1월 한빛3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누설 징후에 따른 검사 결과 전열관 균열이 아닌 이물질에 의해 전열관이 일부 마모 손상된 것으로 최종 확인 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울 3,4호기 설계당시 인코넬 690(현재 미국 사용 중인)은 재질적 성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 한빛 3,4호기와 동일한 재질(인코넬 600)을 채택하여 사용했다”면서 “당시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재질이었으나 이후 재질적 특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도 인코넬 600재질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75개 원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그린피스와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또한수원은 “국내 인코넬 600 증기발생기 관리 현황으로 한빛 3,4호기는 조기교체를 추진중에 있다”며 “그 외 원전도 강화된 검사 요건을 적용, 결함 추세예측 등을 통해 건전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손해배상건과 관련해서 한수원은 “미국에서의 손해배상은 발전사업자와 제조사간 소 제기 후 비밀리에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으로, 국내는 미국과 법제도가 달라 합의 가능성이 없다”면서 “국내 현행법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하자보증기간이 경과됐고 채무불이행 및 불법 행위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도 소멸시효가 경과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설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