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논란 ‘가열’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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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복지’ 우선 VS ‘환경 파괴’ 우려

최근 이화여대 기숙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부터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워 기숙사를 건립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전·월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주거환경을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서울시내 대학생들의 기숙사 건축물 높이 완화, 주차장 확보 등 기숙사의 공간을 더 확대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시는 주변 숲 개발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기숙사 부지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베기 시작했고 도심에 있던 녹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자 시민·환경단체들과 지역 주민, 원룸·하숙집 주인들까지 이대 기숙사 건립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 서울시가 비오톱 하향 조정함에 따라 이대는 북아현숲 부지를 활용해 4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수용할 기숙사 6만1118㎡(1만8488평)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 윤후정 명예총장 등과 함께 교내 신축 기숙사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이대의 새로운 기숙사는 1만89㎡(3052평) 면적의 부지 위에 건물 6개동으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4개동(A~D동)과 지하 4층·지상 5층짜리 1개동(한우리집 C동), 지하 1층·지상 1층 부속동으로 구성된다.

전체 연면적은 6만1118㎡(1만8488평)로 현재 기숙사 ‘한우리집’ 면적(5627평)의 3.3배에 이른다. 공사 기간은 이달부터 2016년 2월까지 총 19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신축 기숙사의 수용 인원은 총 2344명으로, 약 4000명 이상의 학생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논란의 시작’ 서울시, 비오톱 하향 조정

서울시 소재 54개 대학의 지방출신 대학생 비율이 14만명에 달하는 반면, 대학교 기숙사 평균 수용률은 3만 명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대는 그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8.4%에 불과하다.

이대 주변 원룸시세는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며 방이 커지는 것에 따라 월세는 치솟았다. 이는 매달 평균 20만 원 대인 대학교 기숙사와 비교할 때 최대 3배 높은 가격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부지면적이 지방대학의 절반 수준으로 대학 내에 건축할 수 있는 가용부지가 부족하고 대학 주변의 토지가격도 높아 기숙사를 추가 건립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 추진계획’을 시행했다.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환경개선 추진계획’은 ▲대학 내 토지이용계획 재정비 통한 부지확보 ▲기숙사 건축물 층수제한 완화 ▲건축물 높이제한 완화 배제구역 조정 ▲용도지역·지구의 합리적인 경계조정 ▲도시관리계획 결정절차 개선 ▲공공기관 여유부지·미집행 학교부지 활용한 통합기숙사 건립 등 총 6가지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도심 내 녹지 가운데 실제로 이용률이 떨어지거나 보존가치가 낮은 등 비오톱(Biotope) 2등급 이하의 녹지에 대해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통해 기숙사 건축을 허용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기숙사 확충을 위한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서울시 내 대학이 소유한 땅 118만㎡의 비오톱(Biotope) 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상향조정된 면적은 42만㎡이었다.

이에 따라 이대는 기숙사를 신축할 수 있는 ‘북아현 숲’ 부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비오톱 유형평가가 1등급이더라도 개별평가가 2등급 이하면 개발이 가능하다. 이대는 비오톱 등급 하향으로 건물 신축이 가능해졌고 지난해 9월 서울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냈다.

‘북아현 숲’이라고 불렸던 1만9000㎡ 녹지는 3만149㎡ 내 수목 1100여 그루를 베어냈다. 그 자리에는 포크레인과 각종 공사 설비들이 들어서 땅을 다지며 새 기숙사를 짓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산림청 “불법” VS 서대문구 “적법”

분명 적법한 절차인데 왜 잡음이 들릴까. 이유는 바로 서울시가 조례에 따라 비오톱(Biotope)을 하향 조정한 점을 들 수 있다.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며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다. 이는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하나의 서식지를 말하며, 도시개발과정에서 최소한의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군집 서식지의 공간적 경계를 일컫는다.

특히 도시계획을 할 경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오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비오톱은 유형평가와 개별평가로 나뉜다. 유형평가는 전체를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보전이 필요함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누며, 개별평가는 보호가치에 대해 1등급부터 3등급까지 분류한다.

비오톱 하향조정에 따른 ‘북아현 숲 훼손’ 논란에 대해 산림청과 서대문구청은 엇갈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산림청은 산지전용 허가 등을 받지 않아 사실상 불법이므로 공사를 중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산림청은 공문을 통해 이대 기숙사 신축 허가를 내준 서대문구청에 허가절차상의 산지전용기준 검토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북아현 숲 기숙사 공사부지에 대해 “산지관리법상 ‘산지’에 해당한다”며 “벌채나 형질 변경을 하려면 산지전용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시정조치 이유를 설명했다.아울러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관리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지관리법에서는 ‘집단적인 조림 성공지 등 우량한 산림이 많이 포함되지 아니 할 것’ ‘산지의 형태 및 임목(林木) 구성 등의 특성으로 인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산림에 해당되지 아니 할 것’ ‘산지 전용 방법이 자연경관 및 산림 훼손을 최소화할 것’ 등 산지 전용 허가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산지’인 곳의 벌채나 형질 변경을 할 경우, ‘산지전용 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 법은 산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합리적으로 보전·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산지를 이용할 경우 법령 규정하는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서류를 산림청에 제출해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서대문구청은 ‘북아현 숲’ 기숙사 공사부지가 산지적용 대상 중 예외에 속하는 ‘건물 담장 토지’라며 이대 기숙사 신축은 적법한 건축허가라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산림청은 우리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배제하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법제처에 법리해석을 요청하고 다시 산림청 주장에 대해 구청의 입장을 정리한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리생존권대책위, 국민행동본부,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사진 / 김지혜 기자

◆기숙사 신축 중단 촉구 잇따라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도 서울시의 비오톱 하향 조정에 의한 이대 기숙사 신축 공사를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27일 신촌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는 서대문구청에 ▲북아현 숲에 대한 복구 명령 ▲공사 인허가를 내준 주무관에게 책임을 묻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한 이들은 ‘북아현 숲’이 자연관광지구이며 공해정화 기능과 온실가스 감축기능을 하는 숲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환경파괴로 서울시 보호종인 박새를 포함한 200종 동식물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연간 약 1100t의 온실가스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은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비오톱 1등급지역이지만 서울시가 이대 기숙사를 짓기 위해 2등급으로 하향 조정 시켜 준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꼬집었다.

지난 28일 우리생존권대책위, 국민행동본부,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서대문구청 및 이화여대가 합작해 절차상의 중대한 위법까지 저지르고 있다”며 “산림청으로부터 공사를 중단하라는 시정 조치를 받았는데도 이주민들을 철저히 배제한 밀실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공사로 인해 약 3만m²의 숲이 파괴돼 자연 경관과 공해 정화 기능이 사라졌다”며 “이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존지역인 북아현 숲 등급 하향 조정 의혹 ▲주민 모르게 진행된 밀실 건축계획 ▲산지전용 허가 없이 나무 1200그루 벌목 ▲산림청 유권해석 불복, 불법적 공사 진행 ▲이화여대 사익 위해 희생되는 주민 공익 등 5개 사안에 대한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이대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된 특혜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정했다. 오히려 비오톱 하향 조정으로 인해 기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변경된 부지가 더 많아 결과적으로 학교 측은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대 측은 “지난 10개월간 용역 업체를 통해 환경 영향 평가 조사를 하고 공사는 서울시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결과”라며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축허가를 득함으로서 산지관리법 제14조 및 제15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득한 것으로 본다'는 건축법 제11조 의제처리조항에 따라 허가 상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대 측은 환경훼손 우려에 대해 노령목이나 재이식하기 어려운 수목을 제외한 108그루 나무를 선정해 이식할 계획이다. 또 잣나무·계수나무 등 520그루를 새로 심어 훼손된 수목을 복원하고 관목 3만그루도 추가로 심는다. 

‘북아현 숲’이 없어지면서 온실가스의 증가와 관련해서는 “주민들과 일부 단체들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새집, 홰, 돌무더기 등 동식물 곤충이 살 수 있는 시설과 은신처를 마련하고, 태양광과 지열 등 신생 에너지, 친환경 소재인 LED 조명을 사용한 친환경 건물을 지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대 측은 “산림청과 서대문구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림청의 공문에 따라 허가 세부기준을 따르더라도 기숙사 부지는 건축부지로 전용할 수 있는 부지”라고 선을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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