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로맨틱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금기시된 사랑이야기
가장 로맨틱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금기시된 사랑이야기
  • 이문원
  • 승인 2004.01.0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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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의 19 그리고 80"
연극 "19 그리고 80"의 축을 이루는 두 주인공, 해롤드와 모드의 사랑 이야기를 그 어떤 매체로건 접해보지 못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1971년, 홀 애쉬비 감독, 콜린 히긴스 각본의 영화 "해롤드와 모드"로 첫 등장한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9년의 시간이 흐른 198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연극'의 형식으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지게 되었다. 무대극으로서의 첫 등장 당시 갖은 혹평을 뒤집어쓰며 '연극이 영화화될 수는 있어도 영화가 연극화될 수는 없다'라는 통념의 희생양이 되는 듯 했으나, 이후 콜린 히긴스 본인이 작품을 재각색하여 프랑스에서 재상연, 이것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비로소 무대극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한편, 원작인 영화버젼 "해롤드와 모드"는 1997년, 클래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미 국회도서관 선정 '국보급 영화'로서 소장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얼핏 센세이셔널리즘에 가깝다고 보여지는 이 기묘한 사랑이야기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시간의 시험을 통해서도 살아남게 된 비결은, 바로 인물을 소재차원으로서 단순배치시킨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진실한 시선과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교한 해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사고를 일삼는 괴짜 할머니 모드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히피소년 해롤드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히 수치상의 구분인 '80세 노파와 19세 소년'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주는 진실한 동반자의 관계로서 묘사되고 있으며, 또 구체적 상황묘사와 인물묘사, 미묘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과 상황에 대한 확실한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해, 연극의 혹한기인 1, 2월에 객석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거장급 배우 박정자가 다시 한번 모드의 역할을 맡고, 신예 김영민이 해롤드 역을 맡은 이번 "박정자의 19 그리고 80"이 과연 지난 해의 열광적인 반응을 다시 한번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연극계와 일반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장소: 설치극장 정미소, 일시: 2004.01.0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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