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또 ‘고가인수’에 ‘일감몰아주기’?
현대차그룹, 또 ‘고가인수’에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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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특수강 고가인수 논란에 사돈 밀어주기 의혹까지 제기돼
▲ 한전부지 고가인수와 현대글로비스 물류 일감 몰아주기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제철에서 비슷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과거 현대글로비스 물류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최근 ‘한전부지 고가인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제철을 둘러싸고 또 비슷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동부특수강 인수가격은 적절했나

▲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 가격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시장 상황과 내부 사정에 비춰볼 때 큰 무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각사 홈페이지

지난 10월 23일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매각 본입찰에서 세아홀딩스보다 높은 가격인 2900억원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달 28일 현대제철은 현대위아와 현대하이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뤄 산업은행PEF로부터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취득했다. 지분 인수 비율은 현대제철이 50%, 현대위아 40%, 현대하이스코가 10%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인수할 당시 1100억원을 지불했는데 현대제철은 3배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을 써냈다는 사실 때문에 고가 인수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업계에서 평가한 동부특수강의 예상 가격은 2000억원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였고 세아홀딩스는 2000억원대를 상회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현대제철은 본계약때 업계의 예상을 깨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특수강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현금 유출을 줄였지만 이처럼 예상가를 상회하는 고가의 인수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가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원의 금액으로 매입해 동반 주가 하락과 정몽구 회장의 배임혐의 고발 등의 진통을 겪었던 전례를 떠오르게 한다.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것까지도 비슷한 모양새다.

이에 현대제철 관계자는 9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업계가 예상하고 있던 가격대는 2500억원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900억원 대의 인수 대금은 업계의 예상가를 크게 뛰어넘는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이같은 고가 인수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동부특수강 인수시 중복 부문을 정리해야 하는 세아그룹과 달리 현대제철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 금액을 어느 정도 예상가보다 많이 써낸다 하더라도 큰 손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앞서 한전부지 고가매입으로 현대차·기아차 등이 주가하락, 정몽구 대표 배임 혐의고발 등의 진통을 겪은 것과 관련해 “이번 인수는 고가 인수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증권가나 업계에서도 인수에 따른 향후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해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한편 현대제철은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청한 기업결합 심사요청이 통과되지 않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계약잔금을 지급하고 동부특수강을 취득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일 공정위가 이번 인수를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거나 조건부로 승인한다면 동부특수강을 비싼 값으로 가져온 취지가 반감될 수 있어 이제 시장의 눈길은 공정위로 향하고 있다. 정식 심사 기간은 기본 30일이며 심사 기간은 공정거래법상 최대 9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사돈간 밀어주기? 현대글로비스 떠올라

▲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사돈 관계인 삼표그룹의 정도원 회장. ⓒ삼표그룹

지난 2012년 발생했던 현대제철의 ‘슬래그 몰아주기’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사돈지간인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이 슬래그를 몰아주며 일감몰아주기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와 부부다.

슬래그는 철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철광석을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도로의 바닥 재료, 시멘트 원료, 비료 등에 사용되며 과거 제철회사들은 슬래그를 모두 버렸으나, 슬래그를 시멘트에 섞으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이 알려지고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멘트 회사들이 제철회사로부터 구입해 혼합재로 사용하고 있다. 삼표그룹에서는 정도원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삼표기초소재가 슬래그 시멘트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삼표기초소재간의 슬래그 몰아주기 의혹은 이미 지난 2012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현대제철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발생량 240만톤 중 200만톤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다. 당시 삼표기초소재의 연간 슬래그 소화능력이 100만톤에 불과해 남은 양을 웃돈을 얹어 타 제조업체에게 팔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현대제철의 사돈그룹 밀어주기 논란은 국정감사에서까지 등장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2012년 당시의 논란에 대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고로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슬래그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며 “당시 입찰을 거쳐 슬래그를 공급할 업체를 선정했으며,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업체로 삼표기초소재가 선정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같은 부당거래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현대제철도 쓸데없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2012년 10월 경부터 삼표기초소재에 공급하는 슬래그 물량을 100만톤으로 줄이면서 논란도 잠잠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당시의 논란 이후 직거래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삼표기초소재가 4개 업체로 구성된 슬래그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슬래그 몰아주기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표기초소재가 주도한 슬래그 협의회는 지난 7월 현대제철과 하반기 140만톤에 달하는 슬래그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삼표기초소재가 가져가는 물량이 나머지 회원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 8월 1개 업체가 추가로 협의회에 가입해 현재 슬래그 협의회는 총 5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슬래그 협의회 회장은 삼표기초소재 정대현 대표가, 상근이사는 삼표기초소재의 최대주주인 ㈜신대원 출신이, 전문위원은 회장이 추천한 인사가 선임됐다. 협의회에 배정되는 물량이 연간 총 280만톤 정도에 달한다고 가정할 경우 2년 전 특혜 시비가 일었던 물량이 거의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표기초소재가 협의회 내에서 확보한 슬래그 물량은 약 200만톤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다시 고개를 든 슬래그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큰 진통을 겪었는데 다시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서 우리는 피해자”라면서 “비회원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업체들간 이권다툼에서 현대제철로 불똥이 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에 공급하는 연간 공급량이 250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대제철 측은 슬래그 협의회 내에서 슬래그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2년 전의 논란에서는 현대제철도 논란의 소지를 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는 전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슬래그협의회 회원사 관계자도 “협의회로부터 배분되는 슬래그 공급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미 다른 거래처를 통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며 삼표기초소재가 협의회를 농단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논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되풀이되는 논란, 뿌리뽑을 수 없을까
여기에 삼표그룹의 계열사인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 네비엔도 현대제철에서 슬래그를 구매해 재가공한 뒤 나온 철이나 폐자동차를 가공·정제해 나온 철 원료를 현대제철에 되팔고 있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건설 계열사도 공사 현장의 레미콘을 삼표그룹에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현대제철을 통한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의 돈독한 관계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가 사라지질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고가 인수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논란 역시 처음이 아니다. 물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한 현대글로비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업집단 내의 물류업무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해 물류업무를 몰아줬고 현대글로비스의 자산은 2001년 472억원에서 2011년 말 3조 1896억원으로, 매출액은 같은 기간 1984억원에서 7조 5477억원으로 각각 수십배 이상 급등했다. 글로비스 매출에서 현대차그룹과의 내부 거래 비중은 매년 80%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로 현대글로비스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은 30억원을 투자해 2011년 말 2조여원의 수익을 거뒀고 정몽구 회장도 20억원을 투자해 3조여원의 수익을 거둬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 등 모기업에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현대제철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현대차그룹이 겪어온 논란이 다시 되풀이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기업이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는 시선은 당분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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