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 전 해역을 시도 때도 없이 넘나들면서 불법으로 조업을 벌여 우리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물이나 폐유, 쓰레기까지 바다에 마구 버리고 가는 등 우리 해역의 생태계도 파괴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을 하면서 61년 만에 해경을 해체했다. 그러자 중국어선 500~700여 척이 대규모로 움직이면서 촘촘한 그물코로 치어, 꽃게 등 싹쓸이하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서해 5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나포된 중국어선은 총 32척이다. 승선원 53명이 구속됐고 3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2척과 42척이 나포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대형 함정과 헬기, 특공대로 구성한 전담팀을 구성해 무허가 불법어선을 몰수해 폐선시킨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중국이 불법조업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중국어선의 규모는 100~300척인데 반해 최근에는 600~700척까지 급증했다. 이는 해경이 해체됨에 따라 단속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중국어선들 사이에서 돌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불법 조업을 할 경우 보통 벌금형이 선고돼 우리나라의 불법조업에 대한 처벌수위가 다소 낮은 것도 불법 조업이 줄어들고 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과거 중국 어선들이 주로 서해안에서만 기승을 부렸지만 최근 중국이 북한과의 공동어로협약 체결 이후 동해안의 북한 어장까지 진출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역은 중국 어선들로 포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정부에 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밤낮 할 것 없는 中 싹쓸이 조업…피해 ‘극심’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서해를 비롯해 남해, 동해까지 국내 모든 해역에서 싹쓸이 조업은 물론 우리 어민들이 설치한 어구를 훼손하는 등 마구잡이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역에 쓰레기를 버려 바다 생태계까지 위협을 주고 있다.
옹진군에 따르면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등 서해5도에서 수백척의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쌍끌이 조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어민들이 해역에 설치한 어구를 훼손하거나 가져가버려 2차 피해도 막심하다.
서해5도 어민들은 “대규모 선단을 이룬 중국어선 800~1000척이 지난달 대청·백령도 어장에 들어와 치어까지 싹쓸이하고 어구·어망을 무차별 훼손했다”며 피해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액은 약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한 해역이나 그 주변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수는 연간 최소 3000척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0∼12월 성어기를 기준으로 잠정조치수역에서 2000∼3000척 가량의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어선은 감시가 어려운 야간이나 기상 악화시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이에 따라 어민 피해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EEZ 조업허가를 받은 중국 어선은 1600척이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어선들이 동해안의 북한 수역에 드나들면서 싹쓸이 조업을 펼쳐 오징어 등 어군의 씨를 말리고 있다.
실제 국내 전체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15만4555t으로 1996년 25만2618t에 비해 61% 수준에 그쳤다. 강원도 어민들의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38.5% 감소했다.
동해안을 거쳐 북한 수역으로 들어간 중국어선은 올 들어 1800여척으로 지난해보다 500척 넘게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10t 이상 연근해 어선의 수는 2800척 가량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중국 어선이 합법적으로 우리 수역에 들어와 잡는 연간 어획량이 척당 약 40t이지만 불법어선 2000여척의 불법 어획량은 최소 8만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국내 수산업계의 손실규모는 1조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中불법 조업에 몰수·폐선 추진키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의 성행을 막고자 정부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인력을 보강하고 예산 확대를 추진과 함께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와의 협력 강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단속 강화를 위해 남북 간 협력도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어선들에 대한 다소 낮은 처벌에 대한 대책으로 벌금을 상향하고, 특히 단속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죄질이 나쁜 중국 선원에 대해서는 중형부과를 비롯해 형사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어업협정 개정이나 국내법상 EEZ(배타적 경제수역)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중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어선에 대해서는 선박을 몰수해 폐선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일반대원보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를 현장에서 단속하는 특수기동대 중심으로 인력을 우선 선발하기로 했다. 또 대형 경비함정을 건조하고 10t급 단정 교체를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한다.
서해 5도에서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 단속은 향후 남북접촉에서 남북 간 공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현장에 대해서는 해군 차원의 지원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해수부는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에 ‘수산물 가액의 5배 이하’ 또는 ‘5억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기준 중 높은 금액을 벌금으로 내도록 반영하기 위해 국회와 협의 중이다.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은 불법어획물에 대해 수산물 수입가액 기준 3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쳐 어획물의 도매 가액 기준 5배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어선표시·어선번호를 감추거나 항만국의 검색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한 벌금액도 5억 원 이상으로 올리고 5년 안에 2번 이상 위반하면 가중 처벌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연합(EU)는 예비 불법 조업국으로 지정돼 있는 필리핀이 국제 수준으로 벌금을 강화한 만큼 벌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부 비정부기구(NGO)들이 우리의 불법조업 근절의지에 대해 EU의회 측에 문제를 제기하며 예비 불법 조업국에서 해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도를 넘어선 행위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동해에서도 대책이 마련됐다.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 등 싹쓸이 조업을 막기 위해 강원 동해해양경비안전서가 지난 9일부터 중국 어선들의 조업시기가 끝날 때까지 근접 감시경비에 돌입했다. 중국어 통역 요원이 편승한 경비함정 1척도 울릉도에 고정 배치됐다.
현재 울릉 해역에는 상시 1500t급 경비함정이 배치된 상태다. 그러나 빠른 현장 대응을 위해 추가로 울릉 연안에 경비함정을 배치해 ▲어선의 어구훼손 예방 ▲쓰레기 투기 ▲해양 오염행위와 불법조업 ▲해양시설물 훼손 ▲중국어선의 불법 상륙 등에 대해 예방과 감시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중국어선 울릉도 긴급피난 시에는 대형경비함정과 고속단정, 헬기 등을 집중 투입해 울릉 연안에서의 어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동해해양안전서는 울릉군청, 울릉경찰서 등 지역 유관기관과 연계해 육해상 입체적 경비, 감시 활동을 지속해나가고 울릉어업협회, 단체 등을 대상으로 중국어선 불법행위 신고요령 등에 대해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어민들 피해보상 ‘나몰라라’
정부는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지만 어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청도·소청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어민 160여 명은 어선 80여 척에 나눠 타고 대청도 인근 해상으로 집결해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응방안에는 어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 대책이 빠져있다”며 경제적인 보상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해양수산부·해양경비안전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행정자치부·인천시·옹진군 등 관계기관은 서해5도 어민들을 위한 대책과 피해보상 방안 마련을 위해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하기 전, 조윤길 옹진군수는 “현재 해경이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 어선들이 600~700척씩 들어오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요구했다.
또한 어민들은 “낮에만 조업하지만 중국 어선은 밤낮으로 조업한다. 특히 야간을 틈타 우리 어구를 빼가고 있다”며 “중국 어선은 창과 칼 등으로 무장하고 막무가내로 조업한다”고 그간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 하겠다”고만 일관하는 모습에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장우 해양수산부 어업지원정책국장은 “현행법상 어민들의 피해를 보상할 근거가 없다”며 “법을 개정해야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법 개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회의 내용은 정부와 인천시 옹진군이 언론 보도를 차단해 비공개됐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요구했던 부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민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법적근거가 생긴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옹진군은)아직은 지켜볼 수 없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또 어민들의 피해보상 부분에는 “서해5도 특별법이 통과돼야 어구 피해, 경제적·정신적 부분 등 구체적인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어민들은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인아라뱃길을 거쳐 여의도 한강으로 배를 끌고 가 항의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