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장관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25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전 의원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내 경쟁자인 이계안 후보의 공세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강 후보측은 오 후보가 상대하기가 수월하다고 주장하면서 역전을 자신하고는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오 후보가 강 후보의 장점으로 꼽히는 `탈(脫) 정치'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 후보가 당초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각시키려 했던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풍이 강풍을 확실하게 누르고 있다. 강 후보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는 2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 후보가 전날 '네거티브' 선거전 포기를 선언한 데 대해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후보가 나와 굉장히 다행스럽지만, 그 선언은 제가 먼저 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한 발언이지만 자신과 이미지가 겹치는 오 후보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듯 강 후보는 정책대결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인물 경쟁력에서는 장관 출신인 자신이 앞서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오 후보와의 정책.철학의 차이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만으로 향후 선거를 예견하는 것은 속단"이라며 "리더십과 능력, 서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정책, 강남.북 격차해소 구상 등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보일 수 있고 역전이 가능하다. 5월의 승리는 나의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강 후보는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교육분야의 정책구상을 발표했고, 여기에 광역뉴타운 건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부동산 정책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당내 경쟁자인 이계안 후보의 공세 수위도 점점 높아 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당원들은 나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야하고 당 지도부는 나를 전략공천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그동안 강 후보와 좋은 관계를 맺는 상황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강 후보를 잡기 위해 맞춤형 후보를 선택했는데 뻔히 패배할 것으로 보이는 후보를 내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오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자신이 시장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내달 2일 당내 경선이 싱겁게 승부가 날 것이라는 인식이 당 안팎에 확산돼 있어 이 후보가 공세를 강화해도 강 후보만 상처날 뿐 `흥행'과는 연결되지 못할 상황이라는 데 있다. 한나라당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이번 서울시장 경선은 40%가 넘는 엄청난 '흥행대박'을 보였다. 경선도 걱정이고, 경선을 통과해도 걱정인 강금실 예비후보의 정치적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