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단기 부동자금이 급감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자료를 보면 제일모직 일반공모 전날인 지난 9일 하루 동안 국내 MMF 설정액에서 5조595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금투협이 관련 일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6년 4월 이후 일간 최대 순유출 기록이다. MMF와 함께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9∼10일 이틀 동안 3조777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들 상품에서 일시에 거액이 빠져나간 것은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자금을 빨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날 마감한 제일모직 일반공모에는 총 30조649억3천만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 2010년 삼성생명의 19조2천216억원을 10조원 이상 뛰어넘고 공모주 청약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록을 새로 썼다. 경쟁률도 195대 1로 지난달 삼성SDS의 134대 1 기록을 가뿐히 제쳤다.
이처럼 부동자금이 이번 공모에 밀려든 것은 우선 초저금리 기조 하에서 증시도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공모주 투자가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크면서도 수익률 또한 매우 높은 보기 드문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SDS 주가는 최근 약세에도 여전히 공모가보다 68.42% 높은 상태이며 BGF리테일과 쿠쿠전자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각각 88.46%, 85.37%에 이른다. 또한 미래에셋제2호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인터파크INT의 경우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무려 520.00%, 180.52%나 되는 '대박'을 터트렸다.
게다가 특히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사주 일가의 지분율이 매우 높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뭉칫돈을 끌어들이는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사주 일가의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 7.7%, 이건희 회장이 3.4% 등으로 모두 약 42%에 이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