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금융지주가 KB사태와 LIG 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온 금융당국에 사외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개선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수의 축소 및 상임이사의 수 확대, 추천 과정에 고객 참여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난 주말께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지배구조 개선안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만들어 졌으며 지난12일 이사회에서 집중 논의됐고 확정한 후 금융감독원의 KB금융지주 검사 마지막 날인 이날 제출됐다.
업계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이 받아들여지면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LIG손해보험 인수가 승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LIG손보 인수 승인 과정에서 최종 관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KB금융지주의 LIG 손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지배구조 개선의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해 왔다. KB금융지주가 올 연말까지 금융위 승인을 받지 못하면 LIG손보 인수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되고, KB금융지주는 LIG 손보 대주주 측에 60 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우선 KB금융지주는 당국에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앞으로는 기업인과 금융인, 주주 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외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지주는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교수 출신이 6명에 달해 지나치게 학계 중심으로 편중됐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사외이사의 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B 사태 때도 지주 9명, 은행 6명 등 15명에 달하는 사외이사들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만큼, 은행 사외이사 수를 대폭 줄여 지주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신 KB금융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맡는 상임이사 수는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이사회 내 상임이사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 1명뿐이다.
사외이사의 추천 과정도 투명화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뤄진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전권을 행사해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뽑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후보 선정에서 외부 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최종 후보 선임 때는 고객 대표와 KB금융그룹 임원 등을 참여시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외이사들의 실질적인 권한도 축소한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선임은 물론 주요 경영사항까지 대부분 결정해 ‘제왕적 이사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어윤대 전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를 부결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KB금융지주는 지주 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주요 결정에서 더욱 많은 역할을 맡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이사회의 역할을 축소할 방침이다. 지주와 계열사 핵심 경영진으로 이뤄진 그룹경영협의회도 조직할 계획이다.
이밖에 차기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의 육성과 선임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 전에 후보자를 추천해 승계 과정을 최대한 원활하게 하는 ‘내부승계 프로그램’도 마련해 가동한다.
이같은 개선안의 제출로 KB금융지주는 2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전원 퇴진에 이어 현 이사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이 마련되면 금융당국도 더 이상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달 내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