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의 통신사업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의국 고려신용정보 회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돼 고려신용정보의 거래가 정지되고 주주 대표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15일 서울중앙지검은 “KB금융그룹의 전산·통신 비리에 연루된 채권추심업체인 고려신용정보 윤의국(65) 회장을 11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추적 중”이라고 밝히고 윤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앞서 윤 회장은 KB금융 통신인프라 고도화사업(IPT) 납품비리와 관련된 조사를 받던 중 돌연 한강 반포대교 북단에서 투신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윤 회장이 퇴원하자마자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해 구속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0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11억1700여만원의 법인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회장은 회사 미지급금 등을 정상 처리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허위 작성하거나 채권추심으로 받은 돈을 의뢰인에게 송금한 것처럼 꾸며 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권추심에 필요한 자료 열람비를 과대계상하는 수법도 동원됐다. 또한 윤 회장은 빼돌린 회삿돈을 여러 개의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액 일부는 윤 회장이 골프 비용을 내거나 개인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날 한국거래소는 고려신용정보의 최대주주인 윤의국 회장에 대한 11억1700만원 규모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32분부터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8.89%에 해당한다.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매매거래는 계속해서 정지된다.
여기에 고려신용정보 주식 1.04%를 보유한 법률사무소 이음의 심혜섭 변호사와 3.18%를 보유한 주주 등 2명은 윤 회장을 비롯한 등기이사 4명을 상대로 “회사에 3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장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내는 등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심 변호사 등 2인은 “고려신용정보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2억7500여만원에 불과했는데도 윤 회장과 사내이사들은 14억16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아갔다”며 “회사 규모에 맞지 않게 여자 프로골프단을 창단하거나 과도한 접대비와 광고비를 지출해 회사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이 11억여원을 횡령한 것은 대주주의 비도덕성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며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 이익이 줄고 주주들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회사 측에 소제기를 청구했지만 회사 차원의 소송 제기가 이뤄지지 않아 직접 소송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 상장사는 임원이 자기 자손의 100분의 3 이상이나 10억원 이상을 횡령하면 거래가 정지되는데, 윤 회장이 11억여원을 횡령함에 따라 주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등 피해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주대표소송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나 1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6개월간 보유한 주주가 회사에 피해를 입힌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주주들은 먼저 회사에 소송 제기를 청구한 뒤 30일이 지나도 회사가 소송을 내지 않으면 직접 소송을 낼 수 있다.
검찰은 윤 회장이 4대 주주로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L사가 올해 초 KB금융그룹이 추진한 인터넷 전자등기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에 대한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윤 회장이 임 전 회장에게 1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건넸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회장은 납품 관련 부탁을 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금품로비 의혹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KB금융 임 전 회장이 옛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국장으로 근무하던 10여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단 윤 회장의 아들인 윤태훈 부사장이 이미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혼란은 피했지만 고려신용정보의 주가는 여전히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박종진 대표이사가 2003년부터 회사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에 회장 공백은 사실상 크지 않은 상태인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