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자물가가 4개월 연속 하락하며 4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17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11월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가 104.14로 한 달 전보다 0.3% 내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생산자물가는 2010년 12월(102.71)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를 보는 것으로,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지난해 1.6% 하락한 생산자물가는 올해 들어선 작년 동기와 비교해 0.4% 떨어졌다.
특히 생산자물가는 7월부터 이어진 국제유가의 급락 때문에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두바이유는 10월에 10.2%(전월 대비), 11월에 11.2% 떨어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선 15% 이상 급락했다. 최근 서부 텍사스산 원유·두바이유·브렌트유 등 3대 유종 가격이 모두 배럴당 50달러선으로 후퇴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소비자물가에 대한 하락 압력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생산자물가 하락이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이는 생산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유가가 떨어지자 국내 석탄·석유제품의 생산자물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지난달 국내 휘발유가 6.3%, 경유는 4.3% 내렸다. 1400원대 주유소도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18.1%, 20.0%씩 떨어졌다.
농림수산품은 채소·과실(7.2%), 축산물(5.4%)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2% 올랐다. 풋고추(81.6%), 부추(75.8%), 호박(64.2%), 돼지고기(12.6%) 등의 상승폭이 컸다.
임수영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11월 국제유가가 전월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렸지만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가 올라 유가 하락 효과가 일부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에서는 항공 유류할증료 하락과 비수기의 영향을 받아 국내항공여객(-2.1%)과 국제항공여객(-2.0%) 가격이 떨어졌다. 국내에서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공단계별 물가를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했다.
원재료와 중간재가 전월보다 각각 3.2%, 0.4% 내렸지만 최종재는 반도체조립장비, 산업용로봇 등 수입자본재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0.4% 상승했다. 수출품까지 포함해 국내 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1%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