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성폭행 피해 여성의 사연
인도 성폭행 피해 여성의 사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 학대의 한 종류인 성범죄의 만연으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인도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글이 델리에서 발행되는 영자 일간신문 ‘힌두스타타임스’ 인터넷판에 17일 게재됐다.

“다시 내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왜 인도에서 끔찍한 성범죄가 되풀이되면서 확산될 수밖에 없는지 추측할 수 있는 여러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글을 쓴 여성(이하 나디)은 2012년 9월 16일(현지시각) 친척집에서 라자스탄 파테퓨라 마을로 가기 위해 카파산에서 버스를 갈아타야만 했는데 그만 차를 놓쳐 기차를 타기 위해 카파산 역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나디가 일했던 건설 현장의 감독인 나르와르 싱(Narwar Singh)과 그의 형제 카말이 위협적으로 말을 걸며 다가왔다. 싱은 전에도 여러 번 나디를 성추행한 전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나디는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싱 형제는 나디를 지프차에 강제로 태우고 역 근처에 인적 드문 곳으로 차를 몰았다. 거기서 싱은 카말이 망을 보는 동안 그녀를 성폭행 했다. 나디가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하자 싱 형제는 마구 때리다가 파테퓨라 촌장인 친구까지 가세시켜 나디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세 가해자는 기차가 오고 있는 철길 위로 나디를 던져 그만 무릎 위까지 두 다리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나디는 정신을 잃었다가 한 운전사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가해자 중 하나가 만일 경찰 고소장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으면 나디와 나디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나디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경찰에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이미 가해자로부터 뇌물을 먹은 경찰은 사건 수사를 종료했다. 나디는 다행히 경찰서장을 찾아가 사건 전말을 얘기하자 서장은 그 부패경관을 정직시키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법정까지 갔으나 변호사들은 나디의 진술을 기록하려고도 하지 않고 성폭행과 관련해 갖가지 불편한 질문들을 던졌다. 현재 3명의 가해 남성은 구속됐지만 한 명은 보석 석방을 기도하고 있다. 나디의 이 사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나디의 시련은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디는 어머니 집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두 언니는 결혼했다. 나디가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심지어 나디를 학대하고 때리기도 했다.

당시 나디는 정부로부터 20만루피(약 342만원)를 받았는데 어머니가 그 돈을 탐내 10만루피를 주었다. 어머니는 만족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옆집의 한 남자가 집을 찾아와 나디를 성폭행 하려는데 어머니는 그 남자를 말리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나디에게 집을 나가라고 했다.

나디는 10살이나 12살에 조혼하는 관습에 따라 10년 전에 결혼했다가 성인이 돼 친정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나디는 성폭행 당한 후에 남편 집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시댁은 모든 관계를 절연했다.

나디는 지금 집을 나와 프라야에 있는 재활 학교에서 재단사 일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나디는 자신의 삶이 파괴됐다고 느낀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왜 나디를 구박하고 돈을 빼앗은 뒤 버렸을까? 왜 가해자들은 아직도 아무런 처벌을 받고 있지 않을까?

인도나 한국이나 흔히 여자는 약자이고 남자는 강자라는 믿음 때문에 약자인 여성의 성범죄 피해를 당연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으나 남성들 사이에도 상황에 따라 힘의 차이에 따른 강약이 있기 때문에 이런 논리는 특히 남성들에게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