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건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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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권력이란 팽팽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있어야 부패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팽팽한 관계가 조금만 느슨해져도 그 틈을 비집고 부패 요인은 침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튼튼히 뿌리 내린 국가일수록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활발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권력은 투명해지고 균형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국정은 대통령과 여당만의 힘으로 운영되어질 수 없다. 수레바퀴처럼 권력을 견제하는 야당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만 국정은 삐걱거림 없이 잘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당의 역할은 여당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야당이 건강해야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도 부패하지 않고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대의 권력’이라는 것도 바로 여야의 이런 팽팽한 관계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야당 모습은 어떠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이 그동안 비선실세들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됐다는 의혹으로 파문이 일며, 국가 핵심 권력까지 흔들거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야당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논란이 빚어진 것을 야당 탓으로 돌리자는 논리가 결코 아니다. 다만, 정권이 이렇게 논란에 휩싸여 바로가지 못하고 있는데도 왜 야당은 국민적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냐는 지적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출된 청와대 문건의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60%대나 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말했지만, 국민은 결코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히 ‘풍문이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권위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 야당은 언제나처럼 규탄의 목소리만 내며 특검과 국정조사,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대여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항상 똑같은 대응 방식이다. 야당에서는 ‘그럼 이 이상 무엇을 어떻게 더 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 다만, 야당 자신들은 얼마나 건강한 상태로 국민과 같이 호흡하고 있냐는 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연 지금 야당이 ‘찌라시’라고 믿지 않고 있는 60%대 여론과 함께 호흡하고 있을까?

이런 국가적 논란 상황 속에서도 야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이 첨예하고, 소위 빅3로 불리는 당권주자들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불출마 요구 속에서도 비대위원직까지 사퇴하며 출마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 시선에서는 정권의 쇄신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당권을 위한 하나의 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이 뿐이 아니다. 36만 명이 넘는 시민선거인단 명부를 분실했다고 하니, 황당함을 넘어 기가 찰 노릇이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관리 부실을 이유로 그토록 비난을 쏟아내더니, 자신들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해서는 이토록 관대하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겪은 기업들이 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명부 분실 문제를 놓고 당 내부에서는 또 특정계파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며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땅콩회항’ 논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측에 과거 처남의 취업을 청탁했었다는 얘기까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당 대변인은 “2004년쯤 당시 미국에서 직업이 없이 놀고 있던 처남의 취업을 간접적으로 대한항공 측에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가, 몇 시간 후 “2004년쯤에 납품과 관련한 처남의 부탁을 받았고, 당시 자신을 보좌하던 사람과 처남이 대한항공을 찾아간 사실이 있다”고 문 위원장의 워딩을 수정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런 논란 또한 야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하나의 배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야당은 지금 스스로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아무리 부패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다 하더라도 그를 견제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야당은 국민 여론과 함께 호흡하고 행동해야 견제권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야당은 국민과 그런 호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신뢰를 잃은 탓이다. 정치권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여당도 뼈아픈 쇄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지만, 야당 또한 하루 빨리 ‘대안자’적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스스로 쇄신에 매진해야 할 계절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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