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택배, 물류업계 뜨거운 감자 부상
농협 택배, 물류업계 뜨거운 감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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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사업 아니다” vs “농피아 만드려는 것” 정면 충돌

 

▲ 농협의 택배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연말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농협중앙회의 택배 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연말 물류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의 수익사업이 아닌 농민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택배업 진출을 밀어붙이고 있고, 업계는 “농피아 만들자는 것이냐”며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협은 TV홈쇼핑 사업 진출까지 선언,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택배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내년에는 관련 시장 진입도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농협은 내부에 관련 TF를 꾸려 사업타당성 분석 등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택배회사 신설보다는 기존 회사 인수가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산물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며 운송도 다른 공산품에 비해 불편한 것이 단점이다. 또 일반 택배와 달리 주말에도 운송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 우체국이 지난 7월 12일부터 주5일 근무 체제에 들어가면서 주말 농수산물 배송이 어려워진 것도 주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 택배회사에 위탁하기도 쉽지 않은 것.

업계에선 현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동부택배 등이 우선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KTB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동부익스프레스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업계 5위인 로젠택배도 덩치 키우기에 나서면서 중소형 택배사의 매각가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11월 이미 “당초 계획은 없었으나 우체국 택배가 주 5일제 근무를 함에 따라 농산물 수송문제가 대두됐다”면서 “농협이 토요일 일요일 없이 상시로 하는 취지로 택배사업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공식화 한 바 있다.

같은 날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우체국이 주 5일 근무를 시행함에 따라 신선 농산물의 유지·판매가 필요해졌다”며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데 정부도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역농협의 각 점포를 택배사업의 지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며 “재무분석 결과 3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고 택배단가도 2천200원으로 내려갔으나 다시 구조조정이 돼가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에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짧은 시간에 확고한 지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유통을 맡고 있는 국내 농·수·축산물 물량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 초부터 AT센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까지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며 이 물량은 늘고 있는 추세다 .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이 점유율(37%)이 1위이며 현대로지스틱스(13%) 한진(11%) 우체국(10%) 로젠택배(8%) 순이다. 중소형사로 분류되는 동부익스프레스와 KG옐로우캡의 점유율은 각각 4%, 3% 등이다.

서청주농협 김규환 조합장은 16일 “올해부터 우체국 등의 택배비 인상으로 택배 단가가 상승세로 전환됐다”며 “농산물 관련 택배 건수가 연간 2억건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택배 단가가 500원 오를 때마다 농업인은 1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농축산물은 신선도 유지와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Cold Chain, 신선냉장유통)’ 택배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기존 택배사들은 막대한 비용 때문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농협이 택배업 진출 이유로 밝힌 것은 “우체국이 주 5일 근무를 시행함에 따라 신선 농산물의 유지·판매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비율이 0.2%에 해당하는 아주 적은 비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농협하나로클럽 택배코너. ⓒ뉴시스

◆업계 거센 반발…“농피아 만들자는 것”
업계는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택배 영업소나 취급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기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공익과 농민 이익을 위해 만든 공공시설이 수익사업인 택배사업에 활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농협이 택배사업을 할 때 법적으로 유리한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많다. 민간 택배업체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적용받아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유상 운송을 할 수 없다. 반면 농협택배는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이 택배사업을 하면 기존 택배업체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택배시장에 우체국이 진출하던 시기에 택배업체 간 가격경쟁이 붙어 5000원 수준이던 단가는 2500원 이하로 떨어졌다.

택배 물동량은 2009년 10억7965만상자, 2010년 11억9817만 상자, 2011년 12억9905만상자로 해마다 늘었다. 2012년에는 14억건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5억930만건을 기록했다. 올해 10월 기준 누적 택배 물량은 13억1191만상자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7% 성장했다.

이 같은 외형 성장과 달리 속은 부실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택배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업계는 여전히 택배 운임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민간 택배사 평균 운임은 2009년과 비교해 올해 10월 기준 100∼200원이 하락했다. 10월 기준 택배상자 1개당 평균단가는 2196원으로 전년 동기 2212원에 비해 16원 떨어졌다. 이는 택배업계가 최근 수년간 단가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저단가 영업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시장 자체가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박리다매로 운영되다 보니 운임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까지 업체들이 운임가를 낮춰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도 각 사가 버텨 올 수 있었지만 앞으로 시장이 성숙돼 저성장에 진입하게 되면 한계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물류협회 고위 관계자는 “택배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 평균운임은 물동량 증가 폭에 비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운임가는 지속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을 하고 있는 대리점과 영업소 수익이 악화돼 택배기사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며 “배송기사가 줄면 택배서비스 질도 낮아져 소비자도 결국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배명순 국장은 15일 YTN라디오 <김윤경의 생생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택배시장 자체가 과열 경쟁 상태다보니까 경쟁을 통해서 지금은 18개 사만이 남아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농협이 내세우는 논리 자체가 우체국이 토요 배송을 중단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불편하다, 그래서 자기들이 직접 택배 서비스를 해야 될 것이고, 365일 택배, 토요일, 일요일도 배송을 해야 한다, 쿨 택배를 갖추겠다, 이런 논리를 내세우는데 깊숙이 들어가 보면 대부분 다 허구적인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배 국장은 “농협이 정말 집중적으로 자기 전문적인 분야에 집중해서 정말 농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해야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실질적으로 농민들이 택배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들이 있다면 농협 차원에서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들하고 제휴 방법도 좀 찾아보고 실질적으로는 농산물의 특성을 고려해서 산지 저장 시설의 확충이라든지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간 택배회사들도 잘 하고 있는 회사가 영업 이익이 2~3%”라며 “농협이 어떤 수로 들어와서 흑자를 내겠다는 것인지 허황된 얘기”라고 덧붙였다.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 이유중 하나로 꼽은 토요일 물량의 경우엔 “(전체 택배 중에)한 7.3% 정도가 농산물이라고 저희 협회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그 중에 2.6% 정도를 우체국에서 취급을 했었는데 또 그 중에 0.2% 정도가 토요일 배송 물량”이라며 “ 그렇게 극히 미진한 물량을 가지고 우체국이 토요 배송을 중단해서 농협이 직접 택배 사업에 뛰어 들어야 되겠다, 라는 것은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를 이용해서 농가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특별히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농협 하나로 마트, 그런 유통 단계로 이동되는 단계에 있어서의 운송 과정을 줄여주는 것이 농민의 이익을 증진시켜 주는 것이지 택배에 직접 뛰어 들어서 택배를 취급하는 것이 농민의 이익을 증진시켜 주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 퇴직하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여러분들의 일자리라든지 그런 부분을 보전하기 위한 그런 꼼수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12월부터 255대 택배차량에 ‘농협 택배사업 진출 반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운행을 시작했다. 협회는 참여차량 대수를 점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차량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차량 지연 운행이나 1인 시위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는 11월 이미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과 관련해 농협 택배업 진출에 반대하는 전국 택배업 종사자들의 연대서명 탄원서를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제출한 상태다.

한편, 농협은 농협의 택배 사업 진출을 놓고 일어나는 반대 여론에 적극 대처하는 모양새다. 임형수 충북농협 본부장은 택배업계의 특혜 의혹에 대해 “농협 역시 타 업체와 마찬가지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특혜시비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농협의 택배업 진출은 농·축산물 상품 파손 우려 해소와 우체국의 농촌지역 택배단가 인상(5500→7500원) 및 토요일 영업 중단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목적사업이지 이익추구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농협을 전국 네트워크로 이용해 택배업에 진출한 것 자체가 특혜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역농협은 단순히 택배를 접수·보관하는 업무만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일축했다.

▲ 업계는 12월부터 농협의 택배 진출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부착한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접수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홈쇼핑 진출까지 선언 광폭행보
농협이 택배업에 이어 TV홈쇼핑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16일 농협경제지주 등에 따르면 농협은 중소기업유통센터, 수협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9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신설 TV홈쇼핑사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 농협은 홈쇼핑 자본금 800억원 가운데 36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할 계획이다. 나머지 금액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400억원, 수협중앙회가 4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미래부는 지난 9일 창의·혁신상품, 중소기업제품, 농축수산물의 유통을 전담하는 종합 글로벌 유통 채널 구축을 위한 '공영TV홈쇼핑 승인 정책방안'과 '공영TV홈쇼핑 승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말까지 신청자를 받고 내년 1월 중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주요 후보군으로 꼽혀왔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농협 컨소시엄이 단독 후보가 될 전망이다. 농협은 농산물을, 수협은 수산물을, 유통센터는 중소기업제품 공급과 판매를 담당하기로 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무난하게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농협 측은 내다봤다.

농협의 홈쇼핑 진출 시도는 2001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농수산물홈쇼핑(현 nh홈쇼핑)'에 밀려 탈락한 경험이 있다. 농협은 2012년 방송을 시작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 지분 15%도 갖고 있다.

농협이 홈쇼핑 사업에 열의를 보이는 것은 농산물 판매 확대를 위한 신 유통채널 확보 차원에서다. 농협경제 관계자는 “홈쇼핑은 지역특산물과 농산물에 대해 홍보를 많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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