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 중 미국의 요청으로 사법당국이 재판권 행사를 포기했던 사건들이 일부 공개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이승한 부장판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재판권 포기·행사 내역을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SOFA에는 이에 대한 비공개 규정이 없다”며 “해당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한·미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OFA 규정에 따른 재판권 포기·행사 내역은 국가 간 외교관계에 관한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 범죄 가운데 공무 집행 중이거나 주한미군들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에 한해 우리 사법당국은 1차적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 ‘공무 중인 경우엔 미국에 1차적 재판권이 있다(SOFA 제22조 3항)’. 공무 중이라는 증명서가 제출되면 사건의 질이나 경중(輕重)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에 재판권이 넘어간다.
검찰은 2012년 평택에서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웠던 미 헌병 7명을 전원 기소하려 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공무 중 발생한 일이라고 나서자 법무부는 재판권 불(不)행사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미 헌병 7명은 모두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번 재판부는 ‘평택 수갑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의 재판권 불행사’ 이유를 공개할 것을 명했다.
민변은 그간 우리 사법당국이 재판권을 포기했던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외교관계 등을 이유로 비공개주의를 고수하자 결국 소송을 냈다.
재판부가 공개를 명한 정보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SOFA에 따라 우리가 1차적 재판권을 가진 미군 범죄 중 미국 쪽에서 재판권 행사를 포기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의 내역과 그에 따른 사법당국의 재판권 행사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