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밀어주기’ CGV·롯데시네마 과징금 ‘철퇴’
‘상영관 밀어주기’ CGV·롯데시네마 과징금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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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영화와 타 영화 차별…공정위, 과징금 55억원·검찰 고발 초강수
▲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사·계열사의 영화에 상영관을 밀어준 혐의로 과징금 총 55억원과 검찰 고발 조치를 받게 됐다. 사진은 상영관 밀어주기 논란이 한창이던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 광해 광고물로 도배된 2012년 12월 서울 영등포 CGV의 모습. ⓒ뉴시스

자사나 계열사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한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동의의결까지 신청했지만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됏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 CJ CGV·롯데시네마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 총 55억원(CGV 32억원, 롯데시네마 23억원)을 부과하고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GV와 롯데시네마는 자사나 계열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흥행 순위와 관객 점유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스크린 수, 상영기간, 상영관 크기 등을 유리하게 제공했다. 영화 시장은 영화의 생산, 유통, 판매 단계에 따라 제작·배급·상영·부가시장으로 나뉘는데 CJ와 롯데는 배급·상영시장에서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공정위는 대표적인 예로 관객수 1천만을 돌파한 영화 ‘광해’를 들었다. CGV는 CJ E&M이 배급한 영화 ‘광해’(2012년 9월 개봉)의 좌석 점유율이 경쟁 영화보다 떨어져 종영하거나 스크린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려 4달간 상영을 연장했다. ‘R2B리턴투베이스’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시네마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 ‘돈의 맛’(2012년 5월 개봉)이 상대적으로 흥행이 저조한데도 흥행률이 높은 ‘내아내의 모든 것’보다 3배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다. 흥행에 성공한 다른 영화보다 3배나 많은 스크린을 배정했다. 또한 롯데시네마는 흥행순위 7위에 불과한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 영화 ‘음치클리닉’(2012년 12월 개봉)을 각 영화관에서 제일 좌석 수가 많은 1번관에 배정하고 흥행순위가 높은 다른 배급사의 영화는 작은 상영관에 배정했다.

아울러 CGV와 롯데시네마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배급사와 상의 없이 영화표 할인권을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받았다.

영화표 수익은 상영관(CGV, 롯데시네마)과 배급사가 일정 비율로 분배하고 있어 할인권 발행 시 배급사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배급사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할인 마케팅으로 CGV, 롯데시네마의 입장객이 늘어나면 두 업체의 매점 수익 등이 증가해 할인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지만, 배급사는 할인으로 인해 입장객이 늘어나도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CGV와 롯데시네마의 이같은 행위는 배급사에 대한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풀이돼 왔다.

또 CJ E&M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가 영화 제작사에 투자한 금액의 7%를, 투자에 대한 보상 명목으로 제작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에 반영하기도 했다. 다만 CJ E&M은 지난 9월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조항을 자진 삭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CJ와 롯데에 대한 제재 심의를 할 계획이었으나 심의를 이틀 앞두고 업체들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을 거부하고 심의를 재개했다. 사업자의 동의의결 신청을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한편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번 결정이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그와는 별도로 동의의결 신청 당시 제출한 개선방안을 자발적으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메이저 배급사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 제한, 독립·예술 다양성 영화 전용관 확대, 저예산 독립·예살 다양성 영화의 상영기회 확대, 중소배급사와의 민원협력 ‘상설협의체’ 구성 및 운영 등이 그 내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영화 관련 대기업이 계열사 및 자사 영화를 부당하게 우대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영화 배급·제작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재미있고 좋은 영화를 제작·배급한 사업자가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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