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 철도노조 간부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2일 서울서부지법 제13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철도공사 측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전국철도노조 김명한(49) 전 위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55)과 최은철 전 대변인(40), 엄길용 전 본부장(47)에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 등 4명은 지난해 12월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684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8600여명과 함께 출근을 거부하며 철도공사의 여객 화물 수송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파업으로 인한 철도공사의 직접 피해액은 여객 312억원, 화물 135억원 등 총 447억원에 달하며 시멘트·석탄·철강 등 연관산업과 수출·물류 등에 걸친 간접피해는 1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김 전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2013년 철도파업의 목적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 위법하다“면서 ”철도파업으로 사회적 혼란과 국가경제적 손실과 국민 불편이 발생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목적 자체가 위법이라 하더라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격성’이 충족되지 않아 해당 철도노조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3년 철도파업은 파업 전 담화문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충분히 내용 공개됐고 노사 간에 논의가 있었던 점 등 사용자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과 대비가능성이 있었다면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 형태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 되지 않는다”면서 “김 전 위원장 등을 비롯한 철도노조원들이 파업을 ‘전격적’으로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강제노역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는 헌법 제12조 1항의 강제노역을 금지한 헌법에 반할 우려가 있는 점, 현재 정당성이 없는 단순한 근로제공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근로제공의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한적·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김 전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박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 전 사무처장에게 징역 4년, 엄 전 본부장에게 징역 3년 등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