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분쟁해결양해에 따른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제네바대표부를 통해 미국측에 전달하고 WTO사무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유정용 강관은 원유·천연가스 등의 시추에 쓰이는 파이프로 최근 북미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철강재 품목이다. 앞서 지난 8월 현대하이스코, 넥스틸 등 국내 강관 생산업체들은 미국의 반덤핑관세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정부에 WTO 제소를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업체별로 9.89~15.75%의 반덤핑 과세를 부과했다.
정부는 이날 WTO에 제소하면서 “우리 기업이 수출하고 있는 유정용 강관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 고율 부과는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우리나라 유정용강관의 98%가 미국으로 수출되므로 내수가격과 비교가능한 제3국 수출가격이 없어 구성가격(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으로 덤핑률을 산정했다. 미 상무부는 이 과정에서 예비 판정 때는 우리 국내 기업 이윤율을 반영해 구성 가격을 산정했다가 최종 판정시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인 26.11%를 기준으로 적용했다.
우리나라와 함께 피소된 인도,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8개국 제품도 덤핑 혐의가 인정돼 최고 118.32%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바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법리 분석, 관계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WTO 분쟁해결양해(DSU)에 따른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WTO 사무국에 통보했다.
정부는 미국의 반덤핑조치가 조속히 해제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 협의를 요청받은 미국은 30일 안에 응해야 하며, 60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나라가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승소할 경우 미국은 반덤핑관세 부과 조치를 시정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에 대한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부당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유정용 강관의 대미 수출은 89만 4000톤, 8억 1700만 달러 규모다. 미국의 고율 과세가 관철될 경우 연간 관세 납부액이 1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