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져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국제유가가 또 폭락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OPEC의 실세로 통하는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미들 이스트 이코노믹 서베이’(MEES)와의 인터뷰에서 생산량 감축으로 가격을 유지해 온 OPEC의 기존 입장을 버리고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는 새로운 정책을 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알-나이미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OPEC 회원국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유가가 20달러든 40, 50, 60달러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가 다시 100달러까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하는 알-나이미 장관이 OPEC의 전략을 솔직하게 설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특히 알-나이미 장관은 “다른 산유국은 재정적 문제 때문에 조만간 생산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생산효율이 높은 국가가 시장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걸프만 산유국들은 생산단가가 배럴당 4∼5달러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저유가 국면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유가는 또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지표인 브렌트유는 1.08달러 추가 하락해 배럴당 60.3달러까지 낮아지는 등 5년 반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한편 이같은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점유율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캐나다, 미국, 브라질 등 생산단가가 높은 산유국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사우디가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러시아, 브라질, 미국이 우리의 점유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OPEC이 점유율 위주 정책으로의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미국은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져 내년 상반기에도 유가 하락 압력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