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탁기 파손 사건’ 반격 나섰다
LG, ‘세탁기 파손 사건’ 반격 나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상대 증거위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

▲ 지난 9월 파손된 삼성전자 세탁기에 난 저 흠집의 진실을 두고 국내 굴지의 두 대기업 전자회사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기간 중 발생한 이른바 ‘세탁기 파손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2일 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벌어진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불거졌다. 

조 사장 출국금지 조치

삼성전자는 앞서 IFA 기간 중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진열된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그렇지만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즉 문제의 세탁기가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한 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 재물손괴 사건으로 끝날 것 같았던 ‘세탁기 파손’ 사건의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당초 유로파 매장 관련 사건은 담당 임직원이 소환조사를 받고 불기소 처리됐지만 또 다른 매장에서 발생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성진 사장이 검찰 소환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이 커졌다. 검찰이 급기야 조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회사 수뇌부에 대한 검찰 소환 압박에 참다못한 LG전자는 이달 중순께 서울지검에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LG전자 측은 고발장에서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LG전자 측은 23일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이것은 동일한 세탁기일 경우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었다는 것으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 삼성전자는 세탁기 고의 파손 혐의 등으로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 4명을 고소한 바 있다. 하지만, LG측은 삼성전자가 증거위조를 했다며 반격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시스

LG 측 조사일정 조정요구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서 현재 ‘삼성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을 받고 있는 조성진(58) LG전자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자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은 조 사장 측과 소환 일정 조율이 끝나는대로 조 사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더구나 조 사장이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이후로 조사 일정을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삼성 측으로부터 증거인멸의 소지가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조 사장을 제외한 다른 LG전자 임원 중 일부를 상대로 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가 풀리지 않을 경우 LG전자의 CES 일정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검찰 측도 부담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조성진 사장이 CES 일정 외에도 최근 연말 인사와 이후 사업부 단위 조직 개편, 전사 글로벌 전략회의 참석 등의 이유로 조사 일정 조정을 요청한 상태여서 향후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해묵은 헤게모니 갈등

한편 전자업계에서 자존심을 건 삼성과 LG의 양사 간 크고 작은 마찰은 계속돼왔다. 올해 세탁기 문제가 부상하기 전에도,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냉장고와 관련해 소송전을 벌였다.

냉장고 문제의 경우 ‘용량’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감정이 격화됐던 부분이다. 시작은 삼성전자였다.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자사 제품의 용량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영상을 게재하자 LG전자가 이에 반발, 가처분신청과 명예훼손 등의 명목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을 빚었다.

당시 냉장고 용량을 측정하기 위해 물을 담은 일정한 크기의 용기를 냉장고에 채워 넣어 어느 쪽에 더 많이 들어가는지를 두고 신경전이 오갔지만, 결국 양사는 화해에 합의하고 소를 취하했다.

법인은 다르지만 같은 해부터 시작된 디스플레이 소송전도 유사한 경우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유출했다며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개발 전반에 대해 자사 기술 침해를 금지토록 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양사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까지 특허소송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며 가처분신청, 특허무효심판 총 7건의 소송공방전을 벌였지만 정부가 화해를 유도하면서 이 역시 지난해 9월 소송 취하로 마무리됐다. 여전히 상호 특허협력 등 발전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끝나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소송전으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작은 신경전도 두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벌어진 “3D로 한 판 붙자”는 문구로 대표되는 3D 기술 구현방식 논란이다. 3D 구현 방식을 놓고 상호간 긴장감이 발생하던 중,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LG디스플레이 직원을 비방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양 측이 내용증명을 주고받으며 감정이 격화됐다.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두고 벌어진 갈등도 있었다. 지난해 3월 벌어진 이 논란은 삼성전자가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인용해 자사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1위라는 내용의 광고를 방영하자 LG전자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통계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사업부 수장인 사장급이 연루된 만큼 양사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갈등의 골이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오영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