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커지는 고민
열린우리당의 커지는 고민
  • 류병두
  • 승인 2006.05.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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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세몰이에 한범덕 캠프는 이게 아닌데?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충북도지사 선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우택후보와 열린우리당 한범덕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좀체로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한후보의 지지도가 정후보 지지도의 절반 수준에서 아예 꿈쩍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지지도 추세는 한범덕 전부지사가 선거전에 뛰어 들어 한나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초반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한범덕 후보가 선거를 불과 한달 남긴 시점에서까지 상대후보의 절반 지지도에 머물고 있고, 소속 정당인 열린우리당마저 여전히 한나라당에 큰 차이로 뒤지는 마당이라면 선거 결과는 뻔하다.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지난 16일 한나라당 도지사후보 경선에서 정우택 전장관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구체적으로 불거졌다. 정후보의 경우 당초 한대수후보(전 청주시장)에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막상 압승으로 나타나자 본인의 대세론에 본격적인 탄력이 붙게 된 것. 정후보는 현재 시·군을 돌며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경선 압승의 효과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후보가 이미 ‘굳히기’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열린우리당 한범덕캠프의 조바심은 역으로 정우택 캠프의 여유로 나타나고 있다. 정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유권자들의 판단은 나온 게 아닌가. 저쪽에서 정우택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전력과 부친 관련 친일문제를 들고 나와 여론을 호도했지만 지지도상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는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과연 어떻게 당선되느냐 하는 것이다. 도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만큼 반드시 명예로운 당선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도내 전 지역구를 석권한 열린우리당이지만 막상 지방선거전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한나라당에 비해 몇몇 곳에선 후보 선정조차 어려워 인물 구하기에 급급했고, 자치단체장의 경우 확실한 당선권을 장담할만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절대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도지사와 청주시장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음을 누차 밝혀 왔던 것. 특히 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선 ‘한범덕 필승론’을 거론하며 시간이 지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범덕후보의 지지도가 여전히 호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주변 인맥은 물론 캠프 내에서도 위기감을 숨기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한 전부지사는 만나는 지인들한테 선거 전략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받는 일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과연 ‘이원종지사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한 후보는 지금까지 이원종지사의 실질적 후계자임을 자처해 왔다. 이는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무려 50%대의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던 이지사의 영향력을 의식한 선거 전략이다. 실제로 한범덕후보 캠프엔 이지사와 같이 찍은 사진이 두드러지게 게시돼 있고, 이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이오충북건설도 특별히 강조됐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는데도 지지도 추세에 변화가 없자 이원종카드는 실패했다는 비관론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범덕후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 생각했다. 우선 본인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원종지사에 이어 충북을 이끌어 갈 적격자임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선거는 본인 스스로의 문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정우택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중앙당의 전략공천 운운하며 여론을 주도한 것은 한후보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선거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지사가 아무리 훌륭하지만 이미 잊혀져가는 인물이 되고 있다. 선출직은 임기말이 임박하거나 불출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현실 사회의 이러한 냉정함은 아마 지금 이지사가 가장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만약 한후보가 이지사 효과를 얻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지사를 전면에 내세울 게 아니라 오히려 밟고 넘어서야 한다. 그게 정치다. 한 조직 내에서야 최고 결정권자의 의중이 중요하지만 선거는 자신이 모신 상관이 아닌 상대와 싸우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범덕후보의 정당색과 서울에서 내려 왔다는 소위 드림팀에 대한 쓴소리도 해 댔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여론상 불리하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도 당과 거리를 뒀던 지금까지의 전략적(?) 처신에도 문제 있다. 한 후보가 아직 결정적 전환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미지근한 태도 때문이다. 좀 더 소신을 갖고 덤빌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으로 심판받겠다는 신념을 곧추세워야 할 것이다. 할 말은 아니지만 한부지사가 지난 몇 달간 뛰어 다닌 효과는 엊그제 25일의 열린우리당 필승 결의대회 효과의 절반도 안 된다. 이날 정동영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정중심복합도시 폐지안 발의를 강도 높게 성토함으로써 도민들의 민감한 반응을 산 것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 위에서는 행정도시 없애자고 떠드는 마당에 지역에서 행정도시 하자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정책대결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바이오 충북을 백날 강조해 봤자 과연 얼마나 알아 주겠나. 이원종 후광을 보려할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치고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중앙에서 파견했다는 인맥, 즉 드림팀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 냉정하게 짚어 봐야 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 청주 류병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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