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내부에서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연배 부회장의 구조조정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20년차 전후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한화생명은 지난 주 자회사 전직 및 희망퇴직 접수를 완료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신청인원은 총 540여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수가 마무리된 현재 심사 및 제반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달 말 퇴직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36개월치 퇴직 위로금과 5년치 개인연금 지원수당 등을 지급하고 자회사로 이동하는 직원에게는 퇴직금 외에 평균임금 24개월치 등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지난달 말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조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퇴직 위로금은 기존의 30개월치에서 6개월치가 더해진 것이며 자회사로 이동하는 경우 2년간 고용과 임금의 70%가 보장된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어 김연배 부회장의 방식이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 300명을 줄인 바 있다. 그런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희망퇴직을 진행하기에 앞서 여기에 약 700여명의 인원을 목표로 삼아 1천명을 채우려고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 보도가 나와 무리한 구조조정이라는 비난이 일었던 바 있다.
여기에 이달 초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 ‘김연배 살생부’가 돌고 있다는 ‘찍퇴 논란’에도 휩싸였다. ‘찍퇴’는 ‘찍어서 퇴직’의 줄임말로 특정 직원에게 퇴직을 종용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의미하는 업계 용어다.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정리해고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며,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대해 노조(또는 근로자대표) 측에 ‘50일 전에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찍퇴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다.
이처럼 표적으로 지목된 450여명의 퇴직 설득 대상자 명단이 작성돼 임원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살생부 설’은 자발적 희망퇴직자를 200~300명으로 봤을 때 총 규모가 650~700명에 달하게 돼 700명 목표론과도 부합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지난 21일에는 희망 퇴직 거부자들에 대한 원거리·무보직 발령 논란까지 일었다. 22일자 <세계일보>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15년 이상 근무한 40여명의 장기 근속 여직원들에게 강제 지방 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0여명은 결국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나머지 20명에 대해서는 노조가 TF를 꾸려 근거리 발령으로 전환하기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봉까지 삭감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화생명은 상반기 희망퇴직 거부자에게도 원거리·무보직 발령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15년 이상 근속한 장기 근속자를 대하는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꾸 잡음이 새어나오자 지난 9월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연배 부회장의 구조조정 방식까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한화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력이 있다.
김연배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복심’ 또는 ‘분신’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과 경기고와 서울대를 함께 나온 동문이며 한화그룹에 몸담은 지 45년이 넘은 그룹 내 원로다. 한화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김 회장과 함께 지금의 한화그룹을 만들어 온 셈이다. 이 때문에 그룹 내에서 실세 중 실세, 김 회장의 그림자로 통한다. 김 부회장은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와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뇌물을 주려 한 혐의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혼자서 한 일”이라며 김 회장을 보호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 직후 본사 조직을 기존 12본부 50팀에서 7본부 41팀으로 개편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이어 이번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처럼 잡음이 잇따르자 무리한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일관되게 각종 현안을 다룬 언론 보도를 모두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김연배 부회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말은 옛날 얘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구조조정은 전혀 무리하다고 할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살생부 설’도 사실이 아니며 그런 명단이 나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언론에 보도된 원거리·무보직 발령 논란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전혀 원거리라고 부를 만한 발령이 아니다”라며 “지방 발령 사실도 없고 본부 내에서 발령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원거리 발령자에 대한 노조의 TF 구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하고, 연봉 삭감 여부에 대해서도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