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슈퍼 갑질’ 온상…이래도 되나?
대한민국 ‘슈퍼 갑질’ 온상…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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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이용한 갑질 문화, 비난 여론 부글부글

대한민국이 비정상적인 갑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갑질에 을들은 직장을 잃거나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갑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돌아가는 등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구조 문제가 갑의 횡포를 방만하게 한다.

올해 하반기에만 해도 수많은 갑질이 일어났다.

▲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논란으로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도덕성?자질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12월 5일 0시 50분 미국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한 인천행 KE086 항공기 일등석에 탑승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10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경비원 이모(53)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이후 아파트 입주민 측은 경비원들을 대량해고 하겠다고 결정해 논란이 증폭됐다.

7월 28일 서울대 수학과 K교수가 한강공원 벤치에서 다른 대학 출신 인턴 여학생 A씨에게 “무릎위에 앉으라”며 신체 일부를 만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어 수많은 학생들이 추가 피해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 탑승해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승무원이 견과류를 규정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하고 램프리턴을 지시, 사무장을 내리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땅콩 회항’에 대해 연신 보도했다. 스페인 언론 La vanguardia, 프랑스 AFP 통신, 독일 DPA 통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조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한 사실, 조 부사장의 이력 등 관련 사항을 상세히 보도했다.

◆ 대한항공 ‘땅콩 회항’ 파문, 오너 일가 먹칠

‘국가 망신’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대한항공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 “(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댄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한항공 측의 사과문은 오히려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반발심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같은날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사측은 ‘부사장으로서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 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슈퍼 갑질’을 반복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땅콩 회항’ 에 대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번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섰다. 지난 15일 ‘땅콩 회항’ 논란에 대해 조양호 회장은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국민께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랍니다” 라며 고개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항공법 위반 등 혐의로 출석을 통보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면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에게 ‘사과 쪽지’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뉴스타임>에 출연한 박창진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집을 찾았지만 자신을 만나지 못하자 남긴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이 놓고 간 사과 쪽지를 공개했다. 쪽지에는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릴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적혀있었다.

이에 박 사무장은 “더 참담했다. 솔직히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언급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마케팅 부문 총괄 전무는 마케팅 부서 직원들에게 ‘반성문’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수직적인) 조직 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들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말한 부분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뉘앙스가 있어 반감을 증폭시켰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오빠이며 대한항공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원태 부사장은 지난 2005년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또 2012년에는 인하대 운영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민 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땅콩 회항’으로 조현아·조현민·조현태 삼남매의 부적절한 언행들이 잇달아 재조명되면서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심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 50대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와 관련해 경비원들을 대변하는 민주노총과 입주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을도 아닌 병’, 경비원 분신·대량해고 사태

지난 10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이모(53)씨가 주민의 폭언과 인격 모독 등에 시달리다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수차례에 걸친 피부이식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받았지만 이 씨는 끝내 한 달 만에 숨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 사건에 대해 “갑의 횡포에 을도 아닌 병이 당했을 고통, 한 입주민의 폭언에 모멸감을 느낀 경비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했다”면서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을 대변해 아파트 입주민에 항의했다.

이에 S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용역업체 전체 소속원 78명을 해고 하겠다고 통보해 경비원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또한 분노로 들끓었다.

이 와중에 지난 11일 S 아파트에서는 또 경비원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입주민 모씨가 아파트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 이모(65)씨를 불러냈고 “왜 쳐다보느냐”는 자신의 말에 경비원 이씨가 “쳐다본 적 없다”고 대답하자 곧장 주먹을 휘두르며 발길질을 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 씨는 코뼈가 내려앉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 아파트 사태는 경비원 분신과 민주노총의 개입, 이에 반발한 주민들의 경비원 전원 해고 통보와 그에 맞선 경비원 노조의 파업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 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가 일부 입주민의 문제를 대다수 입주민의 문제처럼 매도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전달하고,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하면서 ‘대량해고’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해당 조정안에는 만 60세로 정년이 만료되는 경비원의 정년을 1년 연장하고, 이미 만 60세가 넘은 경비원은 해당 업체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아파트로 인해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경비원의 고용 실태, 임금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들은 일부 용역업체의 경비원 처우 개선에 대해 대책 마련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서울대 性 피해를 입은 학생들 모임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가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교내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뉴시스

◆교수 직권 이용 성추행, 피해 속출

지난 22일 2008년부터 6년간 총 11차례에 걸쳐 여학생 9명을 상습 강제 추행한 혐의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 교수(53)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앞서 강 교수는 지난 7월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데리고 있던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 A 씨를 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피해자들은 최초 피해자로 알려진 타교 출신 인턴 A(24·여)씨를 포함, 대부분 서울대 학부생 또는 대학원생, 졸업생 등이었다. 강 교수가 지도교수로 있는 힙합동아리 소속 학생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강 교수와 단둘이 있을 때 추행을 당했고 9명 중 3명이 피해를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번 이상 피해를 본 사람은 2명으로, 모두 두 차례씩 피해를 당했다. 이외 신체접촉은 없었지만, 보고 싶다거나 일대일 만남을 요구하는 등의 지속적인 문자메시지 등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한 학생도 8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도 K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학생들의 증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피해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K 교수가 자신들에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고 학교 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여러 명의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벌여 K 교수에게 상습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집중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강 교수가 피해자들의 지도교수이거나 학과 교수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강 교수의 식사 요청 등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상담을 끝마친 제자를 껴안은 것에 대해 “미국식 허그”라고 성추행에 대해 반박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일삼는 사건은 비단 서울대 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이모 교수를 규탄했다.

학생회는 “이번 사건은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학원생을 인권 유린과 탄압으로부터 보호할 구조적 여건과 성의를 갖추지 못한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교수라는 직위를 악용해 대학원생의 인권을 유린한 교수는 다시 강단에 설 수 없도록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농성했다.

이어 학생회는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이라면서 “우리나라 대학원 사회, 특히 이공계 대학원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권력 불평등이 몹시 심각한 수준에 달해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사건이 악순환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갑질 문화를 그대로 두고,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민주노총의 최재혁 간사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갑과 을의 문제는 양 주체간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나 상식마저 무력화 시키는 문제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대한항공 ‘땅콩 회항’에 대해 “오너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조 전 부사장이) 체제를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에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식으로 재벌에 대해 온정적이고 관대하게 특혜를 줬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러한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 나온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갑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거래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라면서 “최근에 불거진 우월적 지위를 통한 갑질 논란은 이미 우리사회에 만연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최근에 갑질 문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우리사회가 그만큼 성숙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사회적인 제자리 찾기 과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갑질 문제가)어떤 사건에 포커스가 맞춰져 언론에서 이슈화 되고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이제는 제도적으로 구속력 있는 방법들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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