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를 지냈고, 당내 강력한 진보노선의 길을 걷고 있는 정동영 상임고문이 탈당 후 진보진영의 새 정당건설에 참여할 것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그동안 당내 친노 패권주의를 끊임없이 비판해오며 당 혁신을 요구해왔었다. 하지만, 당이 이런 끊임없는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친노 패권주의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당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토로해온 바 있다. 정 고문이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충분한 명분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24일 사회 각계각층의 진보성향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이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진보진영의 새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들은 진보정당을 포함한 기성 정당들에 대해 모두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으며 안전한 대한민국과 서민의 행복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 계파와 소속을 넘어 연대하고 단결해 ‘평화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롭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의 건설에 함께 앞장서야 한다”며 사실상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모임에는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 등 학계 32명, 명진스님 등 종교계 22명, 정지영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계 20명, 정남기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등 언론계 11명,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3명 등이 참여했으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도 국민모임 창립에 관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달 말부터 신당 창당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여기에는 정동영 상임고문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인사들 일부도 동참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동영 고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분들의 선언이 시대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고 본다”며 “저 또한 시대의 요구에 기여하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다만 결심은 저 혼자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며 “저를 아끼고 성원하는 분들의 말씀을 듣고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당내 진보적이며 개혁성향이 강한 천정배 전 의원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 전 의원은 그동안 당내 누구보다 제3신당 필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 전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정치권 밖의 나라를 걱정하는 인사들이 신당을 하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천 의원은 “당을 쇄신하든지 아니면 정말 당 밖에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든지 어떤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길에 저도 뜻을 함께하는 많은 정치인들, 또 정치권 밖에 있는 분들과 제가 가진 힘을 힘껏 한 번 기여하고 싶다”고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었다.
결국,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야권의 정계개편이 불붙게 된 모양새다. 직격탄은 2.8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맞고 있다. 전당대회 결과는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과 맞물리면서 상황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을 분당으로까지 치닫게 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비주류도 정동영 고문과 같은 진보성향의 비주류와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를 비롯한 옛 민주계 등과 같은 중도성향의 비주류로 나뉘어 있다. 비주류라 해서 모두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진보성향의 제3신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친노계 따로, 안철수-김한길 등의 중도 비주류 따로, 진보 비주류 따로 등으로 야권이 산산조각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제3신당에 정의당도 함께 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