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을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관들의 조사를 방해한 삼성전자에 대해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안권섭)는 2011년 삼성전자·LG전자·SK C&C 3개 업체 임직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사건을 재수사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특히 이날 결정은 공정위가 과태료를 부과했던 사안에 삼성전자 측도 혐의를 시인하고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수사한 검찰이 한 차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뒤 재차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전자의 증거 인멸 행위는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속일 의도가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무혐의 판단의 사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3월 공정위 조사관들은 일명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으나 삼성전자의 보안담당·용역업체 직원들과 임직원들이 “사전 약속이 없었다”는 이유로 막아서면서 한 시간 가량 들어가지 못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삼성전자의 방해에 막혀 당시 경찰을 부르기까지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사이에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컴퓨터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조사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자료를 빼돌렸다며 2012년 3월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당시 조사중이던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제재를 내리면서 조사 방해 행위를 근거로 과징금 23억 8000만원을 가중조치하기도 했다. ‘출고가 부풀리기’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을 두고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2심까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우리가 잘못했다. 반성하고 있다”며 조사 방해 사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쳤고,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후 당시 조사 방해에 관여한 박학규 전무를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이어 올해 4월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팀장급으로 이동시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2012년 11월 경제개혁연대는 이 사건을 포함, SK C&C와 LG전자 등 대기업 3곳의 임직원 13명을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7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올해 3월 서울고검 형사부는 경제개혁연대의 항고를 받아들여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으나 이날 검찰이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림에 따라 향후 경제개혁연대의 대응이 주목받게 됐다.
두 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한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29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내로 이유서를 받아보고 나서 정확하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이유를 파악한 후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