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향 이사회가 이달 말로 계약이 종료되는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계약을 1년 연장하고, 박현정 대표이사의 사표는 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감독이 박 대표이사와의 권력다툼에서 이긴 것 아니냐 반응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명훈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과 ‘박현정 대표 이사 임기만료 전 사퇴수리 여부 의결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사회는 “정 예술감독과의 기존 계약을 2014년 기준으로 1년 연장하되, 위 기간 내 계약조건을 변경해 재계약하는 경우 새로운 계약으로 갈음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병욱 서울시향 경영본부장은 “1년 연장이라고 했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최근에 제기된 요구들을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계약조건을 재조정, 새로운 계약으로 갈음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 경영본부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정명훈 예술감독과 사전에 일정 부분 의견 교환은 있었지만 합의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임 경영본부장은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논의들은 서울시에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는 이 계약안에 대해서만 토론했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과의 계약은 이사회 의결 후 서울시장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후 정 감독과 서울시향 간 정식 계약이 이뤄진다.
이사회는 박 대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징계 조치 없이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원순 시장이 결제하면 박 대표는 면직된다.
앞서 지난 5일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는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감독이 내가 있으면 올 연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언급하면서 정명훈 감독과의 ‘알력관계’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이날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서울시장이 임명하게 되어있지만 조직 내 크고 작은 일들은 정 감독 위주로 돌아간다”며 “지난 9년 동안 아무런 평가나 견제 장치 없이 (정 감독은)자동 재계약을 했다. 서울시가 부채와 예산 감축 중에도 정감독의 연봉과 지휘료는 매년 5%씩 인상했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표는 29일 사퇴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왜곡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많이 다쳤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인 조사로 많이 힘들었다”면서 “억울한 부분은 묻고 떠나며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서울시향이 앞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조직,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