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이영순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대도 아닌데…"
여야, 대추리 행정대집행 엇갈린 반응
여야 정치권는 4일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 대추분교에 대한 강제퇴거를 강행하면서 주민들과의 유혈 충돌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군부대 투입을 불가피한 일이라며 찬성 입장을 보인 반면, 우리당 일부의원들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집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이날 오전 대추분교 강제퇴거 현장으로 출발하기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이 박정희 시대냐"며 "국민의 땅을 수용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난했다.
임 의원은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시대도 아닌데 땅을 수용하기 위해 군인을 투입할 수 있냐"며 "군 투입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임 의원은 "정부가 국민의 땅을 수용하기 위해 군을 투입할 수 있는 헌법적 또는 법률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의원은 "미국에 군사 기지를 제공하겠다고 자국 국민들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하는 정부를 '참여정부'라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순 의원 역시 "평택 주민들은 경찰 방패와 군부대의 의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면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슴 아픈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불행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와 주민 사이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군병력을 철수하고 강제집행을 중단해야 할 것" 이라며 "국방부의 대집행이 특급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며 비판하고 나섰다.
손 의원은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자국의 소농을 길거리로 내모는데 앞장서는 군대가 어디 있는가" 라며 "대추리 주민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군대와 경찰력으로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강행하는 형태는 결코 참여정부의 모습일 수 없다" 고 지적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양당의 이런 태도를 비난한 뒤 특히 열린우리당을 향해 "임종인 의원을 제외한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면서 '우리당이 침묵하면 민주노동당의 제1의 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때 군 병력 투입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면서 "이번 사태도 군병력은 투입만큼은 안되며,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주민들의 순수한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미 안보 동맹을 고려해 볼때 법집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면서 "다만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더 이상 사업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다" 면서 "주민과의 갈등이 생존권의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는 사태가 매우 유감스러우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소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날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 대한 행정대집행(강제철거) 및 철조망 설치 강행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 장관은 담화문에서 "국책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외교적 신뢰를 손상시킴은 물론 이전사업비 증가, 국가재정 및 국민 추가부담 소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더 이상 이 사업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 밝혔다.
◆다음은 윤광웅 국방장관 대국민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평택시민 여러분!
정부는 그동안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 위한 국책사업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왔습니다. 주민과 150여회의 대화를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수렴하였고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드리려고 여러 가지 지원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80%에 가까운 주민들이 협의매수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과 외부 반대세력들이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국방부 소유로 등기이전이 완료된 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영농행위를 강행하고 농성을 지속하는 등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발표해 왔듯이 주한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은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용산기지를 비롯하여 전국에 산재하여 있는 주한미군 군소기지들을 통폐합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추진해온 '우리의 요구'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의 사업'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08년까지 이전을 목표로 한.미간에 합의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비준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후 외부 반대 단체들이 상주하면서 팽성 대추리 등 편입지역 일부 반대 주민들과 연계하여 추가 보상이나 생계대책이 아니라 미군기지 이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큰 어려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최근에도 정부는 기지이전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이주 및 생계지원 대책 등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하고자 했으나 범대위측 인사들이 주민대표를 자처하고 나와 미군기지 이전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어렵게 마련한 대화의 자리마저 아무런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국책사업을 일부 반대세력들이 지역주민들을 볼모로 정치적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나 지역주민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에 정부는 합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외교적 신뢰를 손상시킴은 물론 이전사업비 증가, 국가재정 및 국민 추가부담 소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더 이상 이 사업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하여 미군기지 이전지역의 지질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시굴조사, 측량 등의 필수적 사전작업을 위해 공병으로 구성된 건설지원단과 자체경계를 위한 일부 병력을 운용하고 이와 병행하여 지역주민의 불편이 없도록 국방부 매수지역에 한하여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배치되는 군 병력은 건설지원이 주임무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주민과의 대화는 계속 진행하여 각종 지원대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 평택시민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2006년 5월 4일 국방부 장관 윤광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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