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대결이 아닌 화해를 기대한다
을미년, 대결이 아닌 화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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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4년 청마의 해가 지나고 이제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양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희생과 평화를 상징해왔다. 양띠 해는 우주로부터 지구에 도착하는 에너지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만큼 새해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어왔던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들이 치유되고 평화가 깃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갈등과 대립을 겪으며 지내왔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의 한 가운데서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을 겪었고, 아직까지도 일부 실종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나 여야 정치권은 무엇 하나 똑 부러진 사고 뒷수습이나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만 지속해 왔을 뿐이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곳곳에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정치 지도자들의 말은 허망하기만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 같은 통진당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해산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가 근본적으로 사라졌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이념갈등이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적 판단에 의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사전에 세심하게 대비하는 일이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디테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디테일을 세심하게 챙기기 위해서는 결국 열린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의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한 통일의 초석을 쌓는 통일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열린 자세로 대화하고, 그 대화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마땅히 남한 내부의 이념갈등부터 해소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남남 갈등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태로 북한과 실효성 있는 대화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무모한 무력도발이나 핵을 앞세운 선군정치, 병진노선 등이 통일을 가로막는 1차적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역시 통일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끊임없는 이념갈등만 일으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새해 벽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신년사 말 한 마디에 우리가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지금껏 북한은 대외적으로 이런 화해와 대화의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도발을 일삼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여 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열린 자세를 취하되, 혹시 모를 도발에 대비해 더욱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다만, 그럼에도 2015년 을미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화해를 향한 전향적 기운이 움트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양띠의 해, 이처럼 희생과 평화의 기운이 샘솟는 올해 우리는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북한과도 이번을 기회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안착될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할 것이고, 우리도 그런 거대한 평화의 물결 속에서 내부적 안녕과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양띠의 해, 여야 정치권부터 솔선수범 해 화해를 이뤄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펼쳐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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