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이대로 묻히나?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이대로 묻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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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개입 여부 등 의혹 여전…野 특검 촉구

▲ ‘정윤회 문건’과 관련, 검찰이 중간 수사발표에서 허위로 잠정 결론을 내리자 정윤회씨는 “국정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 연말 정국을 혼란에 빠지게 했던 ‘청와대 문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은 없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검찰은 정윤회 씨와 청와대 3인방 비서관들이 만나 논의했다는 모임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지만 회장에 대한 미행설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관천 스스로 허위 내용임을 인정했고, 근거 없이 생성·유포된 풍문에 불과하고 박관천이 마치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박지만에게 허위 보고해 믿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경로를 박 경정에서 한모, 최모 경위를 통해 세계일보로 흘러들어간 것과,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을 거쳐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박 경정에 대해선 두 혐의 외에 공용서류은닉, 무고 혐의를 추가해 구속 기소했다.

또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모(45) 경위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 도중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렇듯 수사가 마무리 됐지만 비선 개입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檢 수사결과…정윤회 “다행”, 박지만 “조용히 살 것”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정윤회 동향 문건’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박지만 EG 회장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윤회씨는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에 의해 진실이 밝혀져 희대의 국정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인 저로서는 이 사건을 교훈 삼아 뜬소문과 허위 정보, 이에 편승한 편향된 보도로 다른 사람을 음해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는 일이 근절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씨는 “검찰 수사 결과 제가 국정에 개입했다거나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요지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의 문건은 모두 허위임이 판명됐다”며 “문건과, 문건 등을 보도한 일부 언론으로 인해 지난 3월부터 10개월여 간 차마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겪어 왔다. 앞으로 남은 의혹사항에 대해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반면 박 회장은 입장 발표를 내지 않았다. 법률대리인인 조용호 변호사 역시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다만 박 회장은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에게 “이제는 그냥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 지인은 “그 의미에 대해 짐작은 가지만 제3자인 내가 이렇다 저렇다 설명할 입장은 못 된다”며 “박 회장은 그저 ‘이제 조용히 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문건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들인 청와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3인방’은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허위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사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며 “늦었지만 다행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어 “늦었지만 다행으로 보고, 보도 전에 한 번의 사실확인 과정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수석은 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고 경제도약을 위해서 매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수석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냐’는 질문에 “내 얘기”라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이미 오래 전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말씀하셨다”고 했다.

▲ 검찰은 청와대 측에서 박지만 측에 전달한 문건 중 기업인의 불륜이나 성생활 의혹, 특정 업체에 대한 세무당국의 조사 동향 등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靑-박지만,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지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측에서 박지만 EG 회장 측에 전달한 문건 가운데 기업인의 불륜이나 성생활 의혹, 특정 업체에 대한 세무당국의 조사 동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간인 사찰’ 논란까지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회장 측에 문건을 건넨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공적 업무와는 무관한 정보를 취급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 측에 건넨 17건의 문건 중 일부 문건에 기업인의 사생활이나 몇몇 기업에 대한 수사 정보 등이 담겨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들은 정윤회씨가 이른바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진 10명과 정기적으로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정윤회 문건’ 등을 비롯해 2013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박 회장 측에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들에 대해 “청와대에서 작성·유출된 대통령기록물이며, 외부에는 발설해서는 안 되는 공무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범죄사실’에 포함시켰다.

문건에는 특정 기업인이 여직원과 불륜관계에 있으며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내용, 모 업체 대표의 경우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민간 기업이 사정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도 박 회장 측에 넘어갔다. A업체의 경우, 사주가 공천 알선 명목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공공입찰 관련 금품거래 및 주가조작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정보가 문건에 다뤄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기업도 조세포탈로 세금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고 토지 매매 과정에 대한 국세청의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가 문건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與 “실체없는 유령에 휘둘려”…野 “靑 맞춤형 결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국을 온통 흔들었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조응천 주연-박관천 조연의 허위 자작극으로 드러났다”며 “실체 없는 유령에 휘둘려 국정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실체 없는 의혹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습관성 구태 공세”라고 비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수사 결과는 특검을 하면 전부 뒤집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검찰은 청와대 맞춤형 결론을 내렸다. 진상 규명은 없고 상명하복만 있을 뿐”이라며 특검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검찰이 문건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해 줌에 따라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이에 당청은 향후 경제 활성화 등에 방점을 찍고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정치적 논란은 현 정권 임기 내내 따라다닐 전망이다.

어차피 여권은 문건 유출에, 야권은 ‘국정 농단’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건에 대한 여야 인식 차가 뚜렷했던 만큼 검찰 수사로 사건을 매듭짓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서울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3.5%,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57.5%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여야는 오는 9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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