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카드사, ‘복합할부 전쟁’ 오나
현대차-카드사, ‘복합할부 전쟁’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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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전초전’, 삼성카드 ‘전면전’

 

▲ 현대차와 BC카드가 카드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싼 협상 끝에 신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KB국민카드와 협상을 마친데 이어, BC카드와 협상을 끝마쳤다. 그 결과 카드복합할부금융 신규 취급은 중단되고, 일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는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카드업계는 새로운 구조의 ‘신(新) 복합할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복합할부 수수료율 갈등은 3월 가맹점 계약 만료에 이르는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 때 보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의 복합할부 시장 규모는 업계 2위인데다, 복합할부를 발판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BC카드가 협상 끝에 카드복합할부금융 신규 취급만 중단하고 일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는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카드가맹점 계약이 연장돼 BC카드 고객들은 카드복합할부가 아닌 일반 거래 시 BC카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현대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고객의 불편을 감안해 카드복합할부를 제외한 일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는 정상적으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현대차와 BC카드는 카드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두고 팽팽히 맞선 끝에 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차는 카드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현행 1.9%에서 BC카드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반면 BC카드는 KB국민카드 수수료율과 같은 1.5%에 맞춰야 한다며 맞섰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서 BC카드는 현대차의 가맹점에서 제외될 뻔 했으나, 지난 4일 있었던 추가 협상에서 카드복합할부금융을 제외하고 협상에 성공한 것. BC카드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9%,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1.3%다.

협상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BC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신용카드(1.9%)와 체크카드(1.3%) 2개의 수수료율만으로 구성돼 있는데도 제3의 수수료율인 1.5% 주장을 고수해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C카드 측은 “연매출 2억원 미만 영세가맹점이 1.5%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영업이익만 수 조원 이상인 현대차가 영세가맹점보다 낮은 1.3%를 요구하는 것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BC카드의 카드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마치 ‘휴화산’같은 형세라고 분석한다. 현재로서는 협상이 중단됐으나 향후 재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다. 작년 1월부터 11월 말까지 BC카드로 현대차를 구입해 결제한 금액은 6590억원이며, 이 가운데 복합할부금융 결제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같은 갈등은 현대차와 KB국민카드 간의 수수료 협상 때부터 예고된 바 있다. 양측은 협상 당시 복합할부 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국민카드 체크카드의 수수료인 1.5%로 합의했다. 현대차가 주장한 0.7%와 국민카드가 요구한 1.75%에서 양측이 합의한 결과다.

되짚어보면, 현대차가 비씨카드에 국민카드보다 0.2% 낮은 1.3%(비씨카드 체크카드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구조가 체크카드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카드사들은 신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를 가속하며 현대차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카드사, 신 복합할부로 ‘반격’
현대자동차와의 협상결렬로 BC카드의 복합할부금융 신규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이 새로운 구조의 ‘신(新) 복합할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 신한 등 카드사들은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2월과 3월에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새 상품은 할부금융사의 대출시점을 통상적인 카드대금 결제일인 1개월 후로 변경한 것으로 일반 카드거래 방식과 같다. 일반 카드거래는 고객이 상품을 카드로 구입하면 카드사가 이틀 뒤 상품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지급한다.

기존 복합할부 상품은 고객이 현대차로부터 자동차를 구입하면 이틀 뒤 카드사가 캐피탈 등 할부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현대차에 대금을 지급하고 고객이 할부금융사와 대출계약을 맺는 형태다. 카드사는 현대차로부터 1.9%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신용공여 및 대손관련 비용 없이 실제 카드사 수수료(1.9%중 0.53%)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며 수수료를 0.6%포인트 이상 낮출 것을 요구해왔다.

카드사들은 이런 상태로는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대차의 주장을 고려한 상품을 내놓기로 방향을 잡았다.

카드사가 고객의 자동차 구입대금을 결제 이틀 뒤 먼저 현대차에 지급하고 30일 뒤에 할부금융사가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카드사의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로서는 자금부담이 늘지만 할부금융사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할부금융사 입장에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복합할부 상품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카드사들의 일시적인 자금부담이 커지지만 고객 입장에서 대출발생 시점이 다소 늦춰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존 복합할부 상품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로서는 새 상품이 신용카드거래의 일반적인 형태여서 카드사들을 상대로 더이상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7개월간 계속돼온 현대차-카드사간의 마찰이 해소될 것인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부담하는 1.9%의 수수료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라며 “고객은 청구할인, 포인트적립 등 기존 혜택에 대출 시점이 한 달 뒤로 늦춰져 금리비용이 낮아지는 추가 혜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새 상품 출시에 대한 의견을 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금감원은 ‘새 복합할부 상품은 카드사의 일반적인 신용카드 거래방식과 큰 차이가 없고 모든 신용카드에 캐시백을 제공하는 자체가 부가서비스라기보다 프로모션에 가까워 약관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조만간 상품설계가 끝나는대로 할부금융사와 세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출시 여부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카드사측은 “이 상품 구조는 카드사에게 신용공여 및 대손비용을 부담케 한 것이어서 현대차로서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르면 이달중에 시장에 첫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카드사 사장들 역시 새로운 복합금융상품 출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5일 삼성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비씨카드 등 국내 카드사장들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이르면 이달 중 새로운 복합할부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은 “새로운 방식의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상품이 출시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 출시를 검토해 보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삼성카드가 출시하는 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상품이 출시되지 않겠냐”고 했다. KB국민카드 김덕수 사장도 “새로운 복합할부금융상품 출시는 현 상황에서 적합한 대안”이라며 “관련 상품이 나오면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복합할부 대체 상품이 출시되면 소비자는 그만큼 할부구입 선택권이 넓어지고 현대차도 더 이상 리스크 비용 부담과 관련해 수수료율을 낮춰야할 이유가 없어져 가맹점 계약 연장을 둘러싼 마찰도 해소될 것”이라며 “해당 상품에 대한 시장 추이에 따라 타 카드사들로도 취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신용 리스크에 변화가 없는데 신용공여기간을 늘리는 것은 개선해야 하는 상품을 인위적으로 개악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60일, 90일짜리 상품이 양산될 것이고 결국 카드사와 캐피털사 간의 수수료 나눠먹기 비율만 변할 뿐 자동차사 입장에서 복합할부의 성격이 변하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삼성카드 ‘전면전’ 일어나나?

▲ 현대차와 카드사간의 복합할부 수수료율 갈등은 3월 가맹점 계약 만료에 이르는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 때 보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이번 수수료 갈등은 3월 가맹점 계약 만료에 이르는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 때 보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삼성카드의 복합할부 시장 규모는 1조2500억원으로, 현대카드에 이어 업계 2위 규모다. 2013년 하반기부터 복합할부 상품을 많이 취급하지 않은 현대카드와 달리, 삼성카드는 복합할부를 발판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다.

따라서 현대차와 삼성카드 간 수수료율 협상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신(新)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두고 두 사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캐피탈사로부터의 대출 시점이 한 달 뒤로 늦춰지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첫달 내야 할 이자 부담 등이 줄어들어 혜택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또 다른 편법적 상품 출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가 신용공여 기간을 기존 1~2일에서 30일로 늘리더라도 우량 캐피탈사로부터 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대손 위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한편, 복합할부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삼성카드가 중소 캐피탈사와 손잡기 시작했을 때라는 것을 근거로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이 중소 캐피탈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2010년 8654억원이었던 복합할부 시장은 4조5906억원으로 급증했다.

복합할부는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여기에 연계된 캐피탈사가 돈을 먼저 갚고 나중에 고객으로부터 달마다 할부금을 받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현대차가 낸 수수료를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나눠 갖고, 고객에게도 혜택을 늘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새로운 복합할부가 적용될 경우 한 달 동안 차 값을 조달해야 할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의 수수료 배분 협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기존 복합할부 상품에서도 영업사원 수수료, 고객에 대한 할부금리 할인 혜택 등을 떼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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