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KB 사태’의 핵심 당사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물갈이 된 가운데 홀라 남아 있던 정병기 KB국민은행 상임감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병기 감사는 이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사는 “윤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그룹 임직원들이 힘을 결속하는 지금이 사임 의사를 표명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KB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사외이사들이 즉시 사퇴하거나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퇴할 뜻을 잇따라 밝혔고, 관련 인물 중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편에 섰던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이 연말 인사에서 물러나는 등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들이 줄줄이 사퇴했으나 연말 인사에서 정병기 감사 홀로 유임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지난해 KB금융의 연말 인사 당시 금융권 관계자도 “대규모 인사를 통해 KB 사태 관련 임원이 모두 옷을 벗은 상황에서 정 감사만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며 “정 감사 또한 KB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대부분 직원들의 입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 감사는 지난해 4월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채택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금융당국에 보고서를 전달해 KB금융의 전산 비리를 알린 인물이다.
국민은행은 사외이사와 KB금융지주의 주도로 전산시스템을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이건희 당시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가 절차상 하자 문제를 지적해 갈등을 빚었다. 내홍을 겪으면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극심한 내분 끝에 모두 사퇴하는 등 금융권 사상 최초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동반 사태를 불러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